독일 출신 록그룹 스콜피온스의 홀리데이 ‘Holiday’의 잔잔한 도입부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배우 이성재의 카리스마 넘치는 열연이 펼쳐진다.
1988년 올림픽이 열리던 해, 이송 중이던 죄수 12명이 탈주 인질극을 소재로 한 영화 ‘홀리데이’의 한 장면이다. 이성재의 강열했던 대사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영화를 본 이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그리고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터지고 그 결과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을 때 마다 뇌리에서 다시 꺼내져 회자되곤 한다.
지난해 사회 각계각층에서 터져 나온 미투(MeToo·나도 당했다)운동에 불구하고 유명인들의 성범죄에 대한 추문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시 유력 대권후보자도 소위 ‘한방’에 날아갔고, 최근에는 한 유명 가수가 지인들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나눈 대화내용 중 성폭력 문제가 노출되면서 본인은 물론 몇몇 연예인들이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런 와중에 사회적 명망을 한 몸에 받으며 지상파 방송국의 앵커로서 다년간의 언론인이었던 인사가 지하철에서 몰래카메라 촬영을 하다 적발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심지어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유명배우 한 명이 두 명의 여성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혐의를 받는 사건이 터져 나왔다. 그는 “술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법이 만인에 평등하게 적용되면서도 어떻게 하면 약자의 편에서 보편적 가치를 대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법이 만들어진 이후에 계속 돼 왔을 것이고 앞으로도 정답을 위해 끊임없는 논쟁과 합의의 과정을 거쳐 정답의 근사치를 향해 가게 될 것이다. 아쉽지만 아직까지는 우리사회에서 범죄라는 인간의 악행을 놓고 힘 있는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이 다른 결과를 갖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한국의 불행했던 근현대의 역사 속에서 법은 정치적으로 이용됐고 형벌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약자에게 가혹하기 그지없었다.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려한 복귀를 일삼았고, 잡범들은 권력자와 재계 거물들이 너무나 쉽게 풀려나는 것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되뇌어 왔다.
우리는 지금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을 놓고 벌이는 공방으로 국회는 장기 ‘공전’ 하고 있다. 또 준엄한 법 집행의 첨병에 설 검찰 수장의 임명을 놓고도 여·야 공방 속에 본질이 외면되고 있다. 중대한 흠결이 있다면 여당 측에서도 ‘아니다’라고 해야 할 것이며, 야당도 검찰 총장의 면면이 검찰개혁과 국민을 위한 검찰 수장의 몫이 된다면 ‘그렇다’고 해야 한다.
당사자 역시 분명한 소신과 함께 밝힐게 있다면 밝혀 자승자박의 빌미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 누가됐든 검찰의 새 역사가 쓰이길 기대하며 노래 ‘Holiday’ 한 소절 보낸다. ‘Exchange the cold days for the sun a good time and fun……”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