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 전만 하더라도 홍대나 강릉, 제주도의 특색있는 카페 등을 찾아가는 문화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전국적인 상향평준화가 지속되다보니 과거처럼 차별적인 특색을 경쟁력으로 가진 곳은 쉽게 찾기 어렵다.
최근 몇 년간 도시재생을 모토로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노후건축물의 리모델링붐도 유사한 맥락을 보인다. 노후주택은 물론 낡은 창고나 공장건물을 새로 단장하더라도 대개는 용도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카페나 레스토랑, 예술공간이 그것이다. 이를 보고 있자면 한때 유행하던 창조도시론을 다시 들춰봐야할 것도 같다.
그간 도시재생의 성과도 있었다. 무엇보다 과거의 건축물이 철거 후 전면재개발이라는 투자 대상이 아닌 보존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주로 한국식 구시가지가 남아있을뿐 근대로까지 올라가는 건축물은 많지 않기에 이곳의 관광자원화 등은 한계가 있다.
지역만 달라질 뿐 도시재생 결과물에는 딱히 차이가 없다는 점도 그렇다. 이는 여러 지자체들이 유사한 성공사례를 모델로 삼아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차별화를 이끌어낼 요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외국의 도시들은 어떨까? 우리보다 먼저 도시재생을 실행한 중국의 상하이가 참고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현대도시는 흔히 ‘동방명주’라는 랜드마크로 알려져있다. 중심상업지구의 야경은 매우 다이나믹해, 차분한 분위기의 유럽도시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도시의 큰 규모에 걸맞게 랜드마크가 될만한 건물이 여럿이고 대규모 쇼핑센터도 흔하다.
동시에 상하이는 옛 정경도 보존하고 있다. 쇼핑가인 신톈디(新天地)가 대표적이다(이곳에서 발생했던 젠트리피케이션은 본고에서 논외로 한다). 유럽풍의 건축물들이 구역단위로 남아있음은 물론 도시 곳곳에서 근대건축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어찌보면 세계 열강들의 식민지경쟁과 조차지(租借地)라는 단어로 축약되는 과거의 아픈 역사를 현재의 문화자원으로 되돌려받은 셈이다.
서울과 수도권에는 일제 강점기의 건축물이 많지 않은 우리와는 다른 점이다.
또한 도시재생의 범위를 아기자기한 수준의 건축물 보수로 한정하지도 않았다. 지난 해 개장한 상하이의 채석장 호텔(shanghai wonderland)이 이를 잘 보여준다. 동 호텔은 폐쇄된 채석장이라는 지형을 활용해 건축물을 지표면 아래에 구축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독특한 아이디어의 수용과 이색적인 경관이 장소성에 기초한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지기에 일반적인 지상건물보다 많은 공사비와 소요 기간도 충분히 감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때 축제와 스토리텔링이 유행하면서 한국의 여러 지자체들이 억지로 이야기를 짜넣었던 것과는 상반된다.
하지만 주의할 것은 이런 사례를 모방하기에 앞서 충분한 타당성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과거 방직공장을 예술단지로 변모시킨 모간산루 M50의 성공요인은 도시 역량 및 수요의 뒷받침과 더불어 문화상품의 생산과 전시, 유통에 걸친 클러스터 형성과도 연계됐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정성적 요인을 간과하고 단기성과를 목적으로 외형적 모방에 집중한다면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왜냐하면 단기에 자금을 쏟아부어 물리적 시설을 갖추는 것과 ‘시간과 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다른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필자 주요 약력
△ 공공기관 자문위원(부동산· 민간투자사업 등) 다수 △ 건축· 경관·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다수 △ 도시· 공공· 디자인위원회 위원 다수 △ 명예 하도급 호민관· 민간전문감사관 △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