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전·현직 임원의 황창규 회장 흔들기가 시작됐다. KT의 장밋빛 미래를 염원하는 이들이 올린 읍소문은 세 치 혀가 돼 친정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들이 속한 ‘K-비즈니스 연구포럼(이하 연구포럼)’은 KT의 차기 회장 선출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황 회장의 입김이 임기 후에도 여전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일부 언론을 타고 제기된 이들의 ‘세레나데’는 ‘KT 바로 세우기 제언’이란 제목으로 공개됐다.
연구포럼의 제언은 차기 회장 선출을 공모제로 바꾸고 최고경영자(CEO)의 권한을 CEO와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3인 대표 체제로 분산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연구포럼은 또 경영기획부문장이 관할하는 지배구조위원회(지배구조위)에서 차기 회장 후보를 추천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포럼에 따르면 KT는 지난해 정관 변경을 통해 회장 선출 방식을 지배구조위-후보심사위원회-이사회-주주총회 등 4단계로 바꿨지만, 지배구조위 운영 총괄은 황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삼성 출신 김인회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이다.
연구포럼은 KT는 회장 후보 추천부터 황 회장의 의중이 반영될 것이라며, 이를 배경으로 지목했다. 연구포럼 대표인 한영도 상명대 교수는 KT에 황 회장의 입김이 임기 후에도 닿는다면 입맛에 맞는 차기 회장을 추천해 사후 비판과 각종 문제 제기를 막는 등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포럼은 KT 직원과 주주, 노조, 소비자까지 참여하는 200여명 규모의 인선자문단을 구성해 후보자별 경영전략과 비전 발표, 토론을 통해 심사할 것을 권고했다.
연구포럼의 이번 제언은 KT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을 담았을 것으로 사료된다. 하지만, 황 회장과 KT가 이를 마냥 달갑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포럼의 제언에선 오류가 묻어나기 때문이다.
일례로, 연구포럼은 CEO의 권한을 3인 대표체제로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EO의 부족한 통신 전문성을 보완해야 기술 투자와 효율적인 조직 운용이 가능하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CEO의 권한 분산은 발 빠른 의사결정을 방해할 수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빠르게 발전하는 통신시장에선 더더욱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CEO의 부족한 통신 전문성이 기술 투자와 효율적인 조직 운용을 방해한다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로 풀이된다.
연구포럼의 논리대로라면 KT는 경쟁력을 잃고 시장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크지만, KT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처음으로 5세대(G) 이동통신 시범서비스를 성공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의 경우, 통신인프라 확충과 보편요금제 등 시장 환경에 부침을 겪어왔지만 각각 전년 대비 증가하는 해도 눈에 띈다.
CEO 때문에 기술 투자와 조직운용의 효율성이 뒤처지는 게 아닌, 기술·운영 최고책임자가 정확한 분석을 통해 내놓은 전략을 CEO가 책임지고 최종결정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외 연구포럼이 제기한 회장후보 추천방식 문제에 KT는 내용을 요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KT는 지배구조위는 경영기획부문장이 관할한다는 연구포럼의 주장을 두고 지배구조위는 이사회에 소속된 독립적인 기구며, 지배구조위원장은 경영기획부문장이 아닌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고 반박했다.
KT는 또 차기회장 후보자군 발굴은 공개모집과 전문기관 추천 등을 통해 내외부 모두를 고려한 최적의 방안을 발굴하고 있다고 분명히 했다.
KT는 황 회장의 경우, 차기 CEO 선임절차를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이사회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모든 프로세스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KT의 논리대로라면 연구포럼이 지적한 회장후보 추천 문제는 ‘거짓 원인의 오류’에 빠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