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형사상 책임묻기 어렵다”
“경찰에 형사상 책임묻기 어렵다”
  • 김두평기자
  • 승인 2009.02.0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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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용산참사 수사 발표 “화재원인 농성자 시너와 화염병”
농성자 20명·용역직원 7명 등 무더기 기소


검찰은 용산 철거참사와 관련해 화재의 책임은 농성자 쪽에 있으며, 경찰의 진압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9일 용산참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요지는 “화재가 농성자의 시너와 화염병에 의해 발생한 것이기에 농성자에겐 죄를 묻지만, 경찰에겐 죄를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3·5면> 검찰은 6명의 생명을 앗아간 화재참사의 원인을 농성자가 뿌린 시너와 여기에 던져진 화염병으로 결론내리고 20명에 달하는 농성자를 사법처리키로 했다.

검찰은 그 근거로 “망루 내부 연소를 급속히 확산시킨 연소매개체는 시너"라는 국과수의 감정결과와 “망루 4층에서 아래로 화염병이 떨어지면서 불이 확 붙었고, 망루 계단을 통해 불똥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순식간에 망루 전체로 불길이 번졌다"는 경찰특공대의 진술을 제시했다.

여기에 “경찰특공대가 망루에 2차 진입하기 전 망루에서 창문을 통하여 시너를 옥상바닥에 통째로 쏟아 부었다"는 소방관의 진술과 “경찰이 망루에 2차로 진입하였을 때 망루 4층에 있었는데 3층 계단 부근에서 발화되어 불이 난 것을 봤다"는 피의자 김모씨의 진술이 덧붙여졌다.

“건물 3·4층에서 철거용역회사 직원들이 폐타이어 등으로 불을 지른 것이 화재의 원인"이라는 등 철거민대책위 등에서 제기했던 무수한 의혹들은 수사결과와 다르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아울러 7시10분 경찰특공대가 철수하고 15분께 농성자 일부가 망루 4층에서 붉은색 통에 든 액체를 밖으로 붓는 장면, 18분께 특공대가 2차 진입을 시도할 때 농성자가 다시 액체를 붓는 장면, 20분께 4층 창문에서 화염병 불꽃으로 보이는 불빛, 3초 후 망루 좌측 3층 창문을 통해 큰 불꽃이 보이고 곧바로 화염이 일어나는 장면 등이 촬영된 동영상이 증거자료로 제출됐다.

“경찰의 과잉진압이 화를 불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동의하지 않았다.

경찰특공대 투입은 현장을 효율적으로 제압하고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반 경찰보다 고도의 전문훈련을 받은 특공대를 투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농성자들이 화염병을 투척하고 삼지창, 쇠파이프 등을 휘두르는 상황임에도 특공대는 방염복, 방패, 진압봉, 휴대용 소화기 등 농성자들을 검거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비만 갖추고 투입된 점에 비춰 과잉진압이라고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 검찰의 해석이다.

경찰특공대 투입이 다른 점거농성사태 때와는 달리 농성 시작 하루만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고, 그로 인해 농성자와 경찰관이 사망하는 대규모 화재가 발생한 점에 비춰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동의하지 않았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만일 이같은 상황에서 경찰특공대 투입시기를 놓쳐 시민의 피해가 확산됐다면 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경찰의 직무를 유기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진압작전의 최고 결재권자였던 김석기 서울경찰청장도 법적 책임을 면했다.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르면 김 청장은 진압작전 전날인 19일 오후 1시30분 현장을 방문, 상황을 파악한다.

같은 시각 경찰특공대가 현장에 출동해 대기하다 3시간 후 철수한다.

이는 앞서 용산경찰서장이 서울경찰청 차장에게 경찰특공대 투입을 건의한 이후였다.

경찰청으로 돌아간 김 청장은 집무실에서 ‘기능별 대책회의'를 연다.

이때 김 청장은 컨테이너를 사용한 경찰특공대 투입 작전을 승인한다.

아울러 현장 총지휘책임자로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을 지명하고, 기동본부장과 정보관리부장, 경찰특공대장, 용산경찰서장에게 차장을 보좌할 것을 지시한다.

작전 개시 시간은 20일 오전 6시30분으로 결정됐다.

이같은 일련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경찰특공대의 투입에 위법성이 없음을 확인해 줬고 과잉진압도 아니라고 발표, 김 청장을 비롯한 경찰에게 형사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용산 남일당 빌딩 철거 용역업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종반에 가서야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용역업체 직원의 불법 행위 의혹은 수사 초기부터 제기됐지만 검찰이 진상 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발표 예정일을 사흘 앞두고 MBC 'PD수첩'이 '경찰의 용역직원 동원' 의혹을 제기하자 그제서야 용역업체의 불법 행위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수사발표 시점도 사흘 뒤로 늦춰졌다.

검찰은 결국 합동작전 의혹과 관련해 사제방패를 든 사람은 용역직원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물대포를 쏜 H용역업체 개발사업부 본부장 허모씨(45)와 과장 정모씨(34)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또 폐자재를 태워 불을 피운 용역업체 직원 하모씨(43) 등 5명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기소, 결국 수사결과를 뒤집었다.

자칫 뭍혀버릴 뻔 했던 용역업체 직원의 불법 행위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