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내버스가 '서민 삶의 질'을 바꾼다
[기자수첩] 시내버스가 '서민 삶의 질'을 바꾼다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9.07.0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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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서울 여의도 또는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1시간~1시간30분 정도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방바닥이 나인지 내가 방바닥인지 모를 정도로 녹초가 되곤 한다.

긴 출·퇴근 시간도 문제지만, 지하철역까지 가는데 시내버스를 타야 하는 게 곤욕이다.

10분 남짓 한 시간인데도 버스가 과속 방지턱을 넘고, 신호에 멈췄다가 다시 출발할 때마다 손잡이에 매달려 버티다 보면 이제 막 시작한 하루가 벌써부터 피곤해진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야생마 같은 시내버스가 많다.

버스 안에는 "버스가 정차하기 전에 이동하지 마세요"라던가 "버스가 완전히 정차하기 전에 이동하다 넘어지는 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라는 식의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그러나 정작 시내버스는 굼뜬 승객을 용서하지 않는다. 버스가 정차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뒷문으로 가서 하차 카드를 찍고 내리는 승객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삐~익 삐~익' 요란한 소리를 내는 뒷문은 그 사이 닫혀버리기 일쑤다.

다급한 승객은 "아직 못 내렸어요"라며 애타게 외치지만, 한 번 닫힌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버스 안 모든 승객들이 외침을 들어도, 이상하게 버스 기사만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

시내버스를 탄 노약자와 어린이, 외국인을 보면 더 안타깝다. 상대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속도와 움직임이 느리다 보니 버스 기사의 눈칫밥을 한가득 얻어먹는다. 세월의 쓴맛, 인생의 쓴맛, 코리아의 쓴맛을 제대로 경험한다.

몇 가지 사례를 들었지만, 참 여러가지 웃지 못 할 일들이 버스 안팎에서 일어난다. 

근본적인 질문을 해본다. 시내버스는 왜 존재할까? 답은 쉽다. 승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기 위해 존재한다.

사고 위험 스트레스에 항상 노출된 상태에서 배차 간격 맞추랴, 비매너 손님 상대하랴, 시내버스 기사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손님이야 불편을 겪든 말든 정해진 노선을 왔다 갔다 하는 게 전부인 듯한 버스의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수도권 시민들의 출퇴근 편의 향상을 위해 GTX를 깔고, 지하철을 연장하고, 고속도로를 뚫는다 해도 많은 서민들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버스에서 보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굵직한 교통정책에만 목매지 말고, 지금껏 방치돼 온 시내버스 서비스를 빠르게 정상화해야 한다. 전국 구석구석에 실핏줄처럼 빼곡하게 뻗어있는 시내버스가 달라지면 서민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