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학생이 몸살을 앓고 있다. 학교 급식조리원과 돌봄전담사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3일 총파업에 나선 가운데, 약 3600여개 학교의 급식 대란은 현실화 됐다. 학교 내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처우개선을 이유로 파업했지만, 학생을 볼모로 한 여론전은 시작부터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번 파업을 바라보는 학부모와 여론은 대부분 싸늘한 시선이다.
학부모들은 당장 아이들의 끼니를 걱정하게 됐다. 일부 학교는 급식 대신 빵을 주는가 하면, 돌봄교실은 담당 선생님들의 부재로 학부모들은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교육청들은 간편 조리식을 제공하면서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밝혔지만, 학부모들은 속사정도 제대로 모른 채 간단한 식사를 입에 넣고 오물거릴 자식을 생각하자니 억장이 무너질 것은 자명하다.
협상의 단추를 잘못 꿴 셈이다. 학생을 볼모로 처우 문제를 이슈화하겠다는 생각이었다면 더더욱 실패한 전략일 수밖에 없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번 파업을 두고 학부모들 사이에선 대기업 급식업체 아웃소싱 얘기가 나오고 있다. 또 처음부터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한 채용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처음부터 아이들을 배제한 협상이었어야 했다.
이러한 가운데, 학생들은 미세먼지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새나오고 있다. 학교교실 내 공기 질 측정 방식에 오류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6월17일 ‘학교 공기정화장치 등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고시’를 제정해 공고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미흡한 대목을 지적하고 있다. 이번 고시는 교실에 미세먼지 측정기와 공기정화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게 골자지만 구체적인 방식이 배제됐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시 제정안 6조에 ‘공기질 측정기기가 이동식일 경우, 교실마다 측정기를 설치한 것으로 본다’고 나왔지만,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
게다가 고시에서 미세먼지 측정에 대한 규정(제7조 2항, 미세먼지 측정기는 환경부의 성능인증 최소 2등급 이상을 받은 제품)은 있지만 이산화탄소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과 같은 다른 실내공기질 요소는 언급되고 있지 않았다.
교실의 경우 미세먼지 문제도 많지만 많은 학생들이 좁은 교실에서 생활하는 만큼 이산화탄소 등도 중요한 실내공기질 검사 대상이 돼야 한다.
교실에 설치하는 공기정화장치의 부속품 형태의 미세먼지 측정기기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점이다. 교실 내 미세먼지 측정기가 설치된다면, 제품 형태와 상관없이 동일한 성능기준을 적용하는 게 마땅하다.
공기정화장치 내 필터 규격도 문제다. 고시는 공기정화설비와 환기설비의 내부에 설치되는 필터의 적정 필터규격으로 ‘MERV(미국냉동공조협회에서 규정하는 필터의 성능등급) 최소 12등급 이상’을 권하고 있지만, MERV 12등급은 PM2.5 여과효율이 불과 80% 이상에 불과하다.
국내선 여과효율이 99.95% 이상인 유럽 기준의 헤파(HEPA)13 등급의 필터가 많이 사용돼 왔기 때문에 최소 HEPA 12등급 이상 또는 MERV 16등급 이상의 필터를 적용해야 한다.
이밖에도 고시는 바깥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나쁨’ 수준인 경우 복도창문만을 개방해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실제 바깥공기 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일 경우 복도의 미세먼지 농도도 나쁨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경우, 빠르게 환기를 한 후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는 게 좋다. 정부의 이번 고시를 손봐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과 이들이 꿈꾸는 삶의 터전인 학교는 보살피고 아껴야 한다. 학교와 학생이 ‘봉(鳳)’은 아니잖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