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 나이 들어 가면서 아프고 사망하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사람은 출생을 선택할 수 없듯이 사망도 선택할 수 없다. 출생하면서부터 남녀, 인종, 국가, 가정환경 등의 차이로 불평등이 시작된다.
이러한 시작에도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것 중의 하나가 다른 사람에게 살해당하는 것이다. 영화 ‘비스트’(감독 이정호)는 연쇄 살인범을 쫒는 라이벌 두 형사가 펼치는 경쟁과 갈등을 통해서 마음속의 짐승을 그리고 있다.
사람을 살해하면 살인죄가 성립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인류 최초의 살인은 구약성경의 창세기에 아담과 이브의 아들 카인이 동생 아벨을 살해한 것이다. 이처럼 살인죄는 인류의 시작과 함께한 가장 오래된 범죄 중의 하나이다.
우리는 ‘사람’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지만 사람으로 보는 시기와 사람이 끝나서 사체가 되는 시기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살인죄를 통해서 사람의 시기(始期)와 종기(終期)에 대해서 알아본다.
모체에 있는 태아는 살인죄의 객체인 사람이 아니다. 태아를 자연적인 분만기에 앞서서 인위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하거나 태아를 모체 내에서 살해하는 것은 낙태와 관련된 범죄가 성립한다. 낙태죄와 관련해서 최근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바 있다.
태아가 사람이 되는 시기는 규칙적인 진통을 동반하면서 태아가 태반으로부터 이탈하기 시작하는 때이다. 제왕절개 수술에 의한 분만의 경우는 자궁을 절개할 때에 사람이 된다. 태아를 자연분만기에 앞서서 모체 밖으로 배출한 후 살해하면 낙태죄와 살인죄, 두 죄가 성립한다.
사람의 종기, 즉 사람이 사체가 되는 시기는 모든 뇌기능이 정지된 뇌사 상태가 되는 때가 될 것이다.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4조 제5호에 따르면 ‘살아있는 사람’이란 ‘뇌사자를 제외한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호흡이나 맥박이 정지되면 사람이 사망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호흡이나 맥박은 정지 후에도 회복 내지 인공장치로 유지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뇌기능이 정지되면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뇌기능이 정지되면 사람은 사체가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살인죄에서 ‘살해’라고 함은 고의로 사람의 생명을 자연적인 사망 시기보다 앞서서 단절시키는 것을 말한다. 즉, 자연사하기 바로 직전의 사람을 살해하거나 사형수를 살해하는 것도 살인죄의 살해가 된다.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25년이었다. 즉, 살인 후 25년이 경과하면 살인범을 처벌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2015년 7월31일 사람을 살해한 범죄로 사형에 해당 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의 적용이 배제된다는 조항을 신설하여 많은 시간이 경과하여도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는 라이벌 두형사의 경쟁과 갈등을 통해서 누구나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야수와 같은 욕망을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기도 알지 못했던 자신을 발견할 때가 가끔 있을 것이다.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말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튀어 나오는 자신의 야수성에 지배되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사회는 체력 단련의 중요성은 강조하지만 마음 단련의 필요성은 등한시하는 면이 있다. 많은 것이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체력단련 못지않게 마음속의 욕망을 다스리는 수련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