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 핵심소재 수출규제 강경대응…WTO 제소도 불사
정부, 日 핵심소재 수출규제 강경대응…WTO 제소도 불사
  • 장민제 기자
  • 승인 2019.07.0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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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윤모 장관 “G20정상회의 선언문 합의정신 정면 배치”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수출상황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수출상황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소재 3종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에 나선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주재한 ‘수출상황점검회의’에서 “정부는 금일 오전 관계 장관 회의를 통해 상황과 대응방향을 면밀히 점검했다”며 “앞으로 WTO 제소를 비롯해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 장관은 이어 “그간 경제 분야에서 일본과의 호혜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했다”며 “오늘 일본정부가 발표한 수출제한 조치는 우리나라 대법원에 판결을 이유로 한 경제보복 조치”라고 비판했다.

앞서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오전 불화폴리아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 등 반도체 제조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에 대해 오는 4일부터 개별 허가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경제산업성은 이번 조치를 두고 “한·일 양국 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풀이가 나온다.

제재 대상에 오른 품목은 반도체 제조과정에 핵심 소재들로, 그간 우리나라는 이 품목에 포괄적 수출허가 대상국으로 지정됐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발표에 따라 현지기업이 앞으로 해당품목을 우리나라에 수출하려면 계약 별로 정부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까지 약 90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우리나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본은 글로벌 시장에서 폴리아미드와 리지스트의 생산량 90%, 에칭가스는 약 70%를 점유 중이다. 

성 장관은 이에 대해 “수출제한 조치는 WTO 협정상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며 “지난주 일본이 의장국으로서 개최한 G20 정상회의 선언문의 합의정신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G20 정상회의 선언문에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이고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며, 안정적인 무역과 투자 환경을 구축하고 시장개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가 담겨있다.

성 장관은 “우리 정부는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설비 확충, 국산화 개발 등을 추진해왔다”며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피해 최소화를 위한 지원에 만전을 기하고, 우리 부품 소재 장비 등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증권가에선 일본도 이번 규제를 장기화하진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악의 경우 국내 제조사의 단기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지만, 관련 소재를 수출하는 일본 기업들도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공급과잉 국면이고, 국내 제조사들은 일본 수입심사기간을 견딜 만큼 재고를 확보중이란 점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면적인 수출 제한보다는 절차적인 측면에서 불편함을 주는 선으로 생각한다”며 “진행 과정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