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30일 오후 3시 46분 비무장지대(DMZ) 오울렛 초소를 방문한 이후 깜짝 만남을 가졌다.
두 정상은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악수하고 분계선을 넘어 북측지역으로 10여미터를 넘어갔다 돌아왔으며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합류해 남북 정전협정 66년만에 남·북·미 정상이 조우하는 역사적 장면을 연출했다.
자유의 집으로 이동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잠깐 공개된 모습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해 기쁘다”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예상하지 못하는 좋은 일들이 난관과 장애를 견인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앞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DMZ에서 북미 정상이 만나기까지 지난 27일부터 문 정부의 숨 가쁜 외교전이 이어졌다. G20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이 '한국과 화해·협력을 추진할 용의가 있으며, 한반도에서의 대화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북한의 대화의지를 재확인했다. 비슷한 시점에 스티븐 비건 미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면담에서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동시적, 병행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북측과 건설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전 분위기 조성에 분주했다.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즉흥적인지 계획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트위터에 “DMZ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Say hellow’, 인사라도 나누고 싶다”고 깜작 이벤트를 펼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공식적 제안은 없었으나, 성사된다면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혀 DMZ에서 양국 정상의 조우에 기대감을 더했다.
러시아와 중국 정상을 연달아 만난 김 위원장은 자력갱생과 대북제재에 연연치 않을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내보이며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고 밝힌바 있어 이번 DMZ 이벤트는 조금은 예견되기도 했다.
30일 한미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DMZ에서 김 위원장과 ‘악수’할 것이라고 밝혔고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 재개가 우선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2월 말 하노이 회담에서 '빈손'으로 돌아갔던 김 위원장으로선 미국에 '새 계산법'을 요구해온 만큼, 미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부담이 있는 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Say hellow’만 하지는 않았고, 예정시간을 훨씬 넘긴 53분간의 사실상 3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문 정부는 남·북·미 정상의 역사적 판문점 회동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중재자를 자처하는 제스처 이면에서 한반도평화 프로세스에서 소외되지 않게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정치·외교력을 집중해 한수 위의 ‘셈법’을 가져가야 한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