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5G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렸다
[기자수첩] 5G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렸다
  • 장민제 기자
  • 승인 2019.06.3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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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G) 이동통신 서비스를 둘러싼 마케팅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포문은 업계 3위인 LG유플러스가 열었다. LG유플러스는 '서울지역 5G 속도 1위'라는 자료를 배포하거나 이통3사의 VR(가상현실) 콘텐츠를 블라인드 테스트하는 방식으로 경쟁사들을 자극했다.

경쟁사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주된 이유는 'LG유플러스 주도로 진행된 테스트의 결과를 믿기 힘들다'는 것. 이 과정에서 '상도덕에 어긋난다'는 볼멘소리가 들렸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까지 이뤄졌다.

여론도 곱지는 않다. 5G 서비스의 속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에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5G의 최대 이론속도는 20Gbps이지만, 현재 1Gbps라도 나오는 지역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는 불필요한 경쟁을 지양하고 5G 망 구축과 관련 산업 육성 등 내실을 다져야한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다만 소비자의 시선에서 본다면 LG유플러스의 도발이 오히려 반갑다. 테스트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은 미루더라도, 보다 정확한 정보에 목이 마르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4월 세계최초 5G 상용화에 돌입한 후 이미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당시 5G 망 구축은 부족했고 전용 단말기의 펌웨어 최적화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정부의 강경 드라이브에 초기 5G 가입자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5G 상용화와 함께 나온 '갤럭시S10 5G'는 출시 한 달 만에 총 7번의 '송수신 관련 안정화코드'를 배포했다.

6월 초엔 5G 가입자 수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통사들은 여전히 5G는 LTE 대비 20배 빠르다는 문구(작은 글씨론 '실속도와 다를 수 있다'고 안내)로 이용자들을 모은다. 

그러나 5G 서비스 관련해선 5G 커버리지 지도를 비롯해 기지국 증가 수 또는 '인빌딩 5G망 구축에 돌입한다'는 등 막연한 내용만 공개되고 있다. 월 최소 5만5000원 이상의 요금을 내고 5G서비스를 사용하는, 또는 사용할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 속도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아직도 막막한 셈이다. 

숙성되지 않았던 '5G 항아리'를 개봉한 순간부터 이미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이전투구, 비방전 양상은 지양하되,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5G 서비스 정보가 제공되길 바란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