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방법으로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 사건으로 사형제 존속과 폐지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재점화 되고 있다. 지난 7일 ‘불쌍한 우리 형님을 찾아주시고, 살인범 고유정의 사형을 청원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은 24일 오전 8시를 기준으로 20만3000명을 넘겼다. 30일 동안 20만명이상의 청원 동의를 넘겼기 때문에 정부 및 청와대 책임자는 공식적인 답변을 해야 한다.
사형제 존치를 찬성하는 이들은 흉악범죄의 억지 효과를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반면 반대 입장은 법이 인간의 생명박탈권까지 가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또 이미 ‘실질적 사형제 폐지 국가’인 우리가 법이라는 제도에 이를 존치시킬 이성적 이유가 없다고도 한다.
한국은 1997전 12월30일 이후 10년이상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실질적 사형제 폐지 국가’이다. 과거 우리 헌법재판소는 1999년과 2010년 두 차례의 심리에서 모두 사형제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010년 당시 헌재는 “생명권 제한에 있어 헌법상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할 수 없으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조항에도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합헌 이유를 밝혔다. 당시 합헌 의견 낸 민형기 재판관은 보충의견에서 “…… 오·남용을 불식하고 과잉형벌의 지적을 면할 수 있도록 사형 대상 범죄를 축소하거나 문제되는 법률 조항은 폐지하고, 존치된 사형 조항에 대해서도 국민적 여론과 시대상황의 변천을 반영하여 최대한 문제의 소지를 제거하는 등 점진적인 방법을 통하여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의 모든 국가를 포함한 140개 국가는 사형제가 없거나 10년 동안 사형 집행이 이뤄진 바가 없다. 현재 중국, 일본, 대만, 미국, 싱가포르 등 58개 국가에서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고 일본에는 꾸준히 사형이 집행되고 있다.
지난해 인권위는 전원위원회를 열고 11명 만장일치로 1989년 제44차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의 사형제 폐지 국제규약 가입을 권고했었지만 정부는 거절했다. 인권위는 국제규약 가입 재권고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헌재에 사형제 위헌 심판 청구를 냈으며, 이번에는 과거 헌재의 결정과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보통 여론조사에서는 사형제 존치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찬성을 한다. 이는 흉악범죄를 접한 국민정서가 여론에 반영되기 더 쉽기 때문이다. 고유정 사건 등이 일어나면 국민의 정서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도 시점상의 오류가 생길 수 있다. 법제도를 바꿔 사회를 더 건전하게 만든 일에 있어 사형제 폐지와 존치 문제만큼은 충분한 공론화가 이뤄져야 하며, 법조인들의 많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지원을 정부가 꾸준히 해 줘야 한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