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사외이사 “누진제 개편안, 배임 가능성 낮춰야 의결 가능해”
한전 사외이사 “누진제 개편안, 배임 가능성 낮춰야 의결 가능해”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6.2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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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이제 정부에 넘어가”…“배임 가능성 높다면 당연히 낮춰야”
한전 “로펌 아닌 법원이 판단할 문제”…산업부, 개편안 의결 최선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전 아트센터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다룰 한국전력 이사회’ 개의하기를 기다리는 한국전력 이사들. (사진=연합뉴스)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전 아트센터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다룰 한국전력 이사회’ 개의하기를 기다리는 한국전력 이사들. (사진=연합뉴스)

한국전력의 한 사외이사가 “이사들의 배임 가능성을 낮춰야 의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해 배경을 두고 이목은 집중될 전망이다. 정부는 앞서 여름철 누진세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개편안을 발표해지만, 한국전력 이사회는 이를 보류했다.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사외이사는 지난 21일 한전 이사회가 정부의 누진제 개편안을 보류한 것과 관련해 “공은 이제 정부에 넘어갔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전 이사회는 지난 21일 누진제 개편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가 내놓은 최종 권고안을 반연한 개편안을 두고 ‘의결 보류’ 결정을 내렸다. 관련업계서는 당초 개편안 통과가 예상됐던 상황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한전 소액주주들은 개편안이 통과될 경우 추가 손실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경영진을 배임 행위로 고소할 것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전이 올해 1분기 6000억원 이상의 사상 최대 분기별 적자를 냈지만 누진제 완화로 인해 연간 최대 3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한전은 대형 로펌 2곳에 누진제 개편안을 수용하면 일부 소액주주들의 주장처럼 배임에 해당하는지, 소액주주들이 이사회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경우 승소 가능성 등에 대해 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로펌이 배임으로 결론을 낸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전력 사외이사는 “지난 이사회 내용에 대한 비밀 준수 의무 때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다만 그런 해석이 있다면 굳이 부정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또 “문제는 배임 여부 자체가 아니라 배임 가능성이 높거나 낮다는 점”이라며 “배임 가능성이 높다면 당연히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아직 누진제 개편에 따른 한전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배임 문제를 논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 측은 누진제 개편과 관련해 배임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원칙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누진제 개편과 관련해 결국 법원에서 판가름 날 문제지, 로펌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산업부는 한전 사외이사들이 우려하는 적자 보전 부분에 대해 함께 논의해 최대한 서둘러 개편안이 의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한전 이사회는 김종갑 사장 등 사내이사 7명과 의장을 맡고 있는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 등 사외이사 8명으로 이뤄져 있다. 안건은 과반수로 통과되기 때문에 사외이사 전원이 반대하면 부결될 수 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