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나보타 美 판매중단 가능성 공시 안 해
대웅제약, 나보타 美 판매중단 가능성 공시 안 해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6.2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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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판매사는 연간보고서 통해 판결 따른 피해 가능성 시사
현재 디스커버리 절차 진행 중…내년 1~2월께 최종 결론 날 듯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놓고 미국에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대웅제약이 현지 소송에 따른 판매금지 처분 등의 리스크를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판매사는 지난해 연간보고서를 통해 최악의 경우 수입과 판매, 마케팅 등에 대한 전면적인 금지 명령이 나올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 나보타 현지 판매와 유통을 담당하는 에볼루스는 지난 3월20일 ‘2018 연간보고서’를 통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자사 또는 대웅제약에 불리한 판결을 내놓으면 해당 의약품의 수입과 판매와 마케팅을 금지하는 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ITC에서 자사와 알페온(에볼루스 자회사), 대웅제약에게 부정적인 판결을 내릴 경우 나보타의 권한(판권)을 잃을 수 있다”며 “해당 의약품의 사용권한을 유지하기 위해 메디톡스와 새로운 라이선스 협상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주주들에게 ITC 판결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미리 알린 셈이다.

에볼루스가 이 같은 리스크를 명시한 것은 메디톡스가 지난 2월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ITC에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대웅제약은 투자설명서에서 국내 민사 소송과 관련해 한국 내 나보타 판매금지 조치 등을 언급하긴 했으나 ITC 결정과 관련한 판매중지 가능성은 직접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다.

지난 4월25일 작성된 대웅제약 투자설명서를 보면, 대웅제약은 우선 미국에선 경쟁제품이 출시될 때 통상적으로 시장방어 전략 차원에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진행되기도 한다고 전제했다.

다만 대웅제약은 “소송 결과에 따른 나보타 제품의 판매영향에 대해 합리적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소송 판결 결과에 따라 당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투자자들의 유의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송 당사자인 메디톡스는 지난달 15일 분기보고서를 통해 “소송사건 결과의 합리적인 예측이 불가능하고 자원의 유출 금액과 시기가 불확실하다”면서도 “그 결과가 회사의 재무제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선 주주들의 투자 위험 요소가 예측되는 경우 이를 미리 알리는 것이 일반적이고 상식적인데, 대웅제약의 경우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ITC가 결론을 내야 확실해지겠지만 현재로선 미국 내 판매금치 명령의 가능성도 있는데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의 분쟁은 현재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재판에 앞서 소송 당사자가 상대방으로부터 받고자 하는 증거를 요청하는 단계) 절차가 진행 중이다.

앞서 ITC는 대웅제약에게 메디톡스가 지정한 전문가에게 균주 관련 정보 일체를 공개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대웅제약의 균주 정보 제공 시한은 오는 8월께로 알려졌다. ITC가 이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 결론을 내고, 양측의 의견 청취 과정을 거쳐 내년 1~2월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받으면 판결은 확정된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