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현진어패럴, 10년지기 파트너사 채무 두고 ‘진흙탕싸움’
세정-현진어패럴, 10년지기 파트너사 채무 두고 ‘진흙탕싸움’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6.24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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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어패럴 “세정 대금 미지급 갑질에 파산 위기” 울분
12년간 하도급 대금 부당감액…총 미수금 40억원
국민청원 진행 중…세정 “일방적 주장에 불과” 일축
(사진=세정)
(사진=세정)

의류브랜드 세정이 협력사에 대한 갑질 의혹에 휩싸였다. 세정 협력사 현진어패럴은 세정이 지난 12년간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감액했고, 샘플의류 제작비를 지급하지 않아 파산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세정은 협력사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의류를 디자인하고 제작해 세정 브랜드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현진어패럴은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세정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를 신고한 데 이어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세정을 고발하는 청원을 올렸다.

쟁점은 크게 하도급 대금 부당 감액과 샘플비 미지급, 대출과 채무 이행 등 세 가지다.

하도급 대금 부당 감액과 관련해 현진어패럴은 세정이 지난 12년간 하도급 대금을 부당 감액해 총 19억7700만원의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하도급법상 지연 이자를 고려하면 미수금 대령은 30억원을 넘어간다고 강조했다.

반면 세정은 김보경 현진어패럴 대표가 자신의 오빠가 운영하던 회사를 인수하면서 세정에게 졌던 채무도 함께 승계했고, 현진어패럴에 지급할 납품대금 중 10%가량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지난 2016년께 이자 없이 상환을 마무리했다고 반박했다.

샘플비 문제에도 양측 입장은 갈린다. 현진어패럴은 샘플의류 수백 개를 제작해서 세정으로 보냈는데도 6억여원의 샘플비를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세정은 우선 대승적인 차원에서 샘플비를 정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세정은 현진어패럴에 샘플비를 지급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세정 관계자는 “납품 대금에 샘플의류 제작비용을 포함시키는 것이 과거 업계 관행이었지만 협력사가 별도 정산을 요청하면 샘플비를 따로 지급했다”며 “현진어패럴은 별도로 샘플비를 청구한 적이 없었고, 이는 현진어패럴이 제시한 샘플 대부분 생산 대상 제품으로 채택됐기 때문에 업계 관행상 물품대금에 포함됐다고 상호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과 채무 이행과 관련해 현진어패럴은 2014년 이후 경영 악화로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자 세정 측에서 각서, 편지 등의 형태로 충성서역을 쓰게 한 뒤 이를 담보로 돈을 몇 차례 차입해 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도산 위기에 내몰리자 세정이 김보경 대표 자녀의 집을 담보로 잡고 4억원가량을 대출해 주고, 이자로 한 달에 120만~130만원가량을 받아갔다고 덧붙였다.

세정은 김보경 대표가 원해서 이뤄진 대출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세정은 현재 기타 채무 등으로 10억원을 받지 못했다며 현진어패럴에 대해 채무 불이행으로 민사 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양측은 공정거래조정원의 조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와 별개로 세정은 현진어패럴을 대상으로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 혐의로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현진어패럴 관계자는 “그동안 양쪽 가족끼리 인연이 있고, 10여년간 협력 관계에 있었던 회사라서 좋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상황이 더 어려워지고만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세정이 미지급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고 갑질행위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등 대기업의 면모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세정 관계자는 “협력사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분쟁이 끝난 뒤에도 추가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이번 분쟁의 사실관계에 대해 공정한 조사와 객관적인 판단이 내려지고, 신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