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근 '캐나다·미국' 시민권자로 신분세탁 해 '도피'
정한근 '캐나다·미국' 시민권자로 신분세탁 해 '도피'
  • 고재태 기자
  • 승인 2019.06.2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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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콰도르, 파나마, 브라질 등 공조로 21년만에 송환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국내 송환도 이뤄질지 주목
22일 오후 국적기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장을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오후 국적기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장을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 한보그룹 자회자 동아시아가스의 자금 322억원을 횡령하고 스위스 비밀 계좌에 은닉한 혐의를 받던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아들 정한근(54)씨가 21년 동안 여러나라를 전전하며 다른 사람의 신분을 이용해 도피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정씨가 다름사람의 이름으로 캐나다, 미국, 에콰도르 등에서 신분세탁을 통해 거주해 왔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회사자금 횡령 혐의로 1998년 검찰 수사 도중 도피해 캐나다 시민권자인 A(55)씨의 신분으로 이름을 바꾸고 캐나다와 미국의 영주·시민권을 획득해 거주해왔으며, 마지막으로는 지난 2017년 7월부터 에콰도르에서 거주해 온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017년 정씨 측근이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정씨가 미국에 체류중이라고 밝힌 것을 계기로 소재 추적에 나서 캐나다에 거주중인 정씨 가족의 소재를 파악하고, 정씨 가족의 캐나다 거주에 관여한 A씨가 국내에서 2010년 개명한 사실을 파악해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결과 정씨가 A씨의 이름으로 2007년부터 2012년 사이에 캐나다와 미국의 영주권 및 시민권을 각각 취득한 사실을 알아내고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한국지부 등과 공조를 펼쳐 정씨가 미국 시민권자 신분으로 에콰도르에 2017년 입국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에콰도르 정부에 정씨의 범죄인인도요청을 했으나 당시 범죄인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아 우회적 방법으로 정씨의 추방을 요청했으며, 에콰도르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정씨의 출국사실을 검찰에 알려옴으로써 정씨의 국내송환이 21년만에 이뤄질 수 있었다.

에콰도르 정부는 지난 18일 정씨가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하기 위해 파나마행 비행기를 탑승하기 1시간 전에 이를 한국 검찰측에 통보했으며, 검찰은 HIS 한국지부와의 공조를 통해 파나마 이민청에 정씨 검거에 협조를 구했다.

파나마 이민청은 파나마 공항에 도착한 정씨를 입국거부하고 공항내 보호소에 구금, 주파나마 한국 영사와 파나마 이민청 직원이 동행해 정씨를 브라질로 이동시켰다.

브라질에서는 상파울루 한국 영사와 브라질 연방경찰이 14시간에 걸쳐 정씨를 두바이로 이송했고, 두바이로 급파돼 정씨를 기다리던 검찰은 21일 오전 3시 55분 정씨를 인계받아 대한항공편을 통해 국내로 압송했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한편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아들 정씨가 국내로 압송됨에 따라 정 전 회장에 대한 국내 소환도 이뤄질지 주목되고 있다.

정 전회장은 지난 2007년 5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영동대 교비 72억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한 2심 재판 중 출국해 자취를 감췄다.

올해로 12년째 도피중인 정 전회장은 그동안 생사마저 확인 되지 않았지만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정 전회장의 생사여부와 소재를 대부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동대 교비 횡령 등 혐의에 대해 2006년 1심 재판부로 부터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정 전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법정구속되지는 않았다.

정 전 회장은 해외 치료를 사유로 출국금지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제출한 뒤 신청이 받아들여지자 곧바로 출국한 이후 도피행각에 들어갔다.

2009년 5월 법원은 정 전 회장의 불출석 재판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했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정 전 회장이 카자흐스탄에서 키르기스스탄으로 거처를 옮긴것으로 보고 키르기스스탄 정부에 범죄인인도 요청을 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회장은 한때 키르기스스탄에서 금광사업을 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1923년생으로 고령인데다 한보 사태로 복역당시 대장암 진단을 받은 점 등을 볼 때 생존해 있더라도 한국으로 압송돼 조사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 전 회장은 1991년 수서지구 택지분양 뇌물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았으나 1995년 특별사면됐으며, 1997년 한보사건으로 징역 15년을 선고 받고 복였했지만 2002년 또 한번 특사로 출소한 바 있다.

또한 2014년 국세청이 공개한 '고액·상습 체납자' 중 체납액이 2225억원으로 체납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예세민 부장검사)는 아들 정한근씨를 상대로 정 전 회장과의 연락여부 등을 추궁하는 한편 도피경로과 과정 등을 조사하고. A씨를 소환해 정씨가 신분세탁에 A씨의 이름을 사용하게 된 경위등을 물었다.

[신아일보] 고재태 기자

jtgo@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