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큰 화제다. 최고 영화제의 대상 수상의 영예도 있지만 봉준호 감독의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도 영향을 미쳤다. 봉 감독은 영화를 통해 빈부격차와 양극화, 불평등이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고질적 문제를 드러낸다. 국내뿐만 아니라 프랑스를 필두로 해외 개봉이 이어지면서 세계의 많은 나라가 이런 사회적 고민거리에 대해 공감하는 듯하다.
영화에서 가난한 가족은 프랜차이즈 업체의 포장박스 접기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미 이 가족은 ‘대왕 카스테라’ 가맹점을 하다가 망한 경험이 있다. 봉 감독은 한국 빈부격차의 원인으로 너무 낮은 최저임금의 노동과 정리해고, 희망퇴직 등의 불안정한 일자리에 대한 얘기를 전하려 한 것 같다. 특히 멀쩡한 일자리에서 쫓겨나 생계형 프랜차이즈 창업으로 내몰리는 현실과 가맹본부의 횡포와 수탈로 인해 망하게 되는 현실을 되짚은 게 아닌가 싶다.
영화가 보여주는 빈부격차의 모습은 가슴 쓰리지만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선 양ㄲ화와 불평등으로 벌어지는 일상은 더 비참하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가 저소득층 국민들을 위해 최저임금을 2년 연속 대폭 인상하고, 각종 중소상공인 살리기 및 지원 대책을 내놓으면서 한국사회의 양극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 4월16일 신한은행이 발표한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보면 하위 20% 계층의 소득이 2017년 월 170만원에서 2018년 월185만원으로 8.8%나 증가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서민층에 대한 민생복지 대책이 확대된 결과다. 2018년 경제활동 가구의 전체 월평균 소득도 476만원으로 전년보다 14만원 늘었다. 소득 구간별로 보면 하위 20%의 평균 소득은 185만원, 상위 20%의 평균 소득은 892만원으로 4.8배의 격차를 보였는데, 이는 전년 5.2배에 비해 완화된 수준으로 서민층 가구 소득이 많이 개선된 결과로 볼 수 있다.
통계청이 지난 4월23일 발표한 <2018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을 보면, 2018년 하반기에 월 200만 원 이상을 받는 임금노동자 비중은 62.7%로 전년 동기 58.3%에 비해 4.4% 상승했다. 월 200만원 이상 임금노동자 비중이 2018년 상반기 처음으로 60%를 넘어선 뒤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로 저소득층 국민들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 기조는 계속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여전히 빈부격차 해소 및 계층 이동에 대한 희망을 품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국민 80% 이상이 “소득격차가 심해서 성공하려면 부잣집서 태어나야 하며, 세대 간·세대 내 계층 이동도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답했다. 보사연의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격차는 너무 크다”는 의견에 ‘매우 동의’가 39.7%, ‘약간 동의’가 45.7%로 무려 85.4%에 달했다.
통계청의 최근 통계에서도, 하위 20%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은 정체나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상위 20% 고소득층과의 격차와 양극화는 그대로 이거나 더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기에 당연히 하위 20% 계층의 소득이 늘어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근로소득자가 있는 가구의 소득은 확실히 늘어났지만, 자영업 가구나 무직·실직 가구가 늘어나고 있고 이들의 소득이 하향되다 보니 하위 20% 계층의 소득 전체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 대한 대책은 최저임금 인상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고, 당연히 자영업자 살리기 및 지원 대책, 무직·실직가구에 대한 민생복지 확대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일수록 서민들을 돕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옳고, 소비탄력성이 부자들보다 커서 내수를 진작시켜 경제를 살리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저소득층·서민들을 본격적으로 도와서 양극화·불평등의 수렁을 극복함과 동시에 나라 전체에 내수를 활성화시켜서 국가경제·민생경제의 활력을 되살려나가는 매우 의미 있는 정책인 것이다.
하지만 좋은 정책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도 경기는 기대한 만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서민가계가 여전히 어렵거나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가 계속된다. 이는 저소득층의 소득이 일부 늘었어도 교육비, 주거비, 의료비, 통신비, 교통비, 이자비용 등으로 과도하게 빠져나가는 구조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오르고, 일부 중소상공인들의 소득 상황이 개선되더라도 소비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다.
물론, 문재인 정부에선 가계의 여러 부담을 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의 양극화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15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와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증가 등에 대한 대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국민의 소득을 늘려 소비와 내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라도, 국민의 소득이 모두 교육비, 주거비, 의료비, 통신비, 교통비, 이자비용으로 지출되는 지금의 구조를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비 등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강력한 민생·복지대책을 반드시 계속 추진해나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빈부격차와 양극화·불평등 문제도 더욱 심화되고 사회통합, 국민통합도 요원할 것이다. 이는 결국 우리 사회의 ‘파국’을 불러올 것이다.
영화 ‘기생충’은 바로 이런 문제점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섬뜩하게 경고하고 있다. 이 열화가 1000만명을 넘어 2000만명의 관객을 모으기를 기대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본다면 이 영화가 던지는 사회적 메시지를 모든 정치인·행정가들이 차마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 책임 있는 정치인, 행정가들 모두가 문재인 정부와 전국의 지자체들과 함께 빈부격차와 양극화·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