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위기에 수입물량 늘고…한돈농가 ‘첩첩산중’
아프리카돼지열병 위기에 수입물량 늘고…한돈농가 ‘첩첩산중’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6.20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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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역대책 농가 기대 못 미치고, 5월 수입물량 올 들어 최고치
‘한돈협회’ 총궐기대회 개최…잔반급여 원천 금지 등 강력대책 촉구
소비 부진 속 수입량 늘면서 재고 적체, 돼지고기 유통시장 ‘혼란’ 우려
한돈협회가 19일 세종시 환경부 앞에서 2000여명의 한돈농가·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아프리카돼지열병 질병 방지를 위한 ‘전국 한돈농가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사진=한돈협회)
한돈협회가 19일 세종시 환경부 앞에서 2000여명의 한돈농가·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아프리카돼지열병 질병 방지를 위한 ‘전국 한돈농가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사진=한돈협회)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국내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돈농가의 어려움도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북한의 ASF 발병으로 한반도 전체가 잠재 위험에 노출됐지만 농가의 기대만큼 정부의 방역대책 강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비심리가 침체된 가운데 돼지고기 수입량마저 증가추세를 보이면서 한돈농가의 생존권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최대 돼지고기 농가 단체인 ‘대한한돈협회’는 지난 19일 세종시 환경부 앞에서 한돈농가와 관계자 등 2000여명(주최측 추산)이 모여 ‘전국 한돈농가 총궐기대회’를 열고, 환경부의 방역대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하태식 대한한돈협회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서는 국경검역 못지않게 원천적으로 ASF 바이러스가 돼지에 접촉 또는 전달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정부가 음식물류 폐기물의 돼지 급여를 전면 금지해야 하고, 바이러스 전달 매개로 꼽히는 야생멧돼지의 개체 수 조절과 함께 불법 휴대 축산물 반입 금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음식물폐기물의 돼지 급여에 대한 환경부 방침에 한돈농가들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한돈협회는 ASF 발생 차단을 위해 유럽연합은 20여년전부터 급여를 금지했고, ASF 확산 정도가 심각한 중국도 돼지의 잔반급여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황은 이렇지만, 환경부는 국내에 아직 ASF 발생이 없는 상황에서 폐기물 급여의 완전 금지가 아닌 자가 처리 농가에 한해서만 급여를 제한하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또 80도에서 30분 이상을 끓이면 문제가 없기 때문에 외부제조업체를 통한 잔반사료 공급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2017년 기준 국내에서 하루 동안 발생하는 음식물류 폐기물은 1만5680톤(t)으로, 소각 외에 재활용되는 폐기물은 1만4388t이다. 이중 20% 정도인 2884t이 동물 먹이나 사료로 가공되는데, 절반가량인 1200여t이 돼지 잔반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한돈협회는 잔반돼지가 ASF 바이러스 감염의 주 유통경로로 꼽히는 만큼 원천 차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2010년 구제역 당시 330여만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돼 한돈산업에 큰 피해를 입혔다”며 “잔반급여를 고집하다가 ASF가 발생하면 돼지고기 생산기반 붕괴는 물론 외식 등 관련 산업까지 막대한 타격을 주고 물가폭등까지 우려돼 국민들도 고통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야생멧돼지 개체수를 선제적으로 줄이는 한편, 해외 불법 축산물의 국경검역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게 한돈농가들의 입장이다.

야생멧돼지의 경우 북한에서의 ASF 발생으로 북한 접경지역 중 위험구간이 있는지 즉각 조사하고, 전국이 야생멧돼지 서식밀도를 현재의 1/3 이하 수준으로 낮추는 더욱 강력한 대책을 촉구했다.

불법 축산물 역시 현재 음식물류 폐기물 급여가 합법인 상황에서 보따리상 등이 가져온 불법 축산물 찌꺼기를 돼지가 먹으면 한돈산업 붕괴를 초래하기 때문에, 밀수 축산물의 공급상·판매자를 엄벌에 처할 것을 요구했다.

한돈농가들은 실효성이 부족한 정부의 방역대책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ASF가 국내로 유입될 경우 그 피해를 고스란히 농가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 모 대형마트의 국산 돼지고기 판매대. (사진=박성은 기자)
서울 모 대형마트의 국산 돼지고기 판매대. (사진=박성은 기자)

여기에 소비 침체와 사육마릿수 증가 영향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크게 하락했지만 수입산 돼지고기 물량은 늘고 있어 농가 어려움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5월 돼지고기 수입량은 4만8522t으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의 같은 기간(4만8929t)과 근접한 수치이자, 2017년 동월(3만6759t)보다 32% 이상 급증한 셈이다.

지난해의 경우 이베리코 돼지 등 수입산 소비가 많아 급증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올해는 상반기 내내 소비 부진이 이어지고 있으며, 야외활동이 많은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국산 돼지고기 도매가격(탕박·등외품 제외)은 6월 현재 킬로그램(㎏)당 평균 4283원으로 1년 전 5112원보다 19.3%, 평년 5300원보다 23.7% 하락세를 형성 중이다.

그럼에도 수입산 물량이 늘어난 것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일부 수입업체들이 북한의 ASF 발생으로 국내 유입 가능성이 높아지자 가격 상승을 염두에 두고 사재기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크다.

때문에 한돈농가들은 수입업체들이 돼지고기 수입을 늘릴 경우 국산과 수입산 모두 재고 적체로 돼지고기 유통시장에 혼란을 주진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이에 한돈협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ASF 위기상황으로 농가는 생존권 방어를 위해 방역에 전념하는데, 수입업체들의 이 같은 행위는 한돈농가의 뒷통수를 치는 기회주의적인 행태”라고 비판하면서 “당장 수입을 자제해 한돈농가와 상생공존의 길을 찾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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