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를 보면 단지 명 앞뒤로 펫네임이 붙어나오는 경우가 많다. ‘센트럴시티’, ‘포레스트’, ‘에듀타운’ 같은 단어들이 좋은 예다. 어떤 단지는 ‘에듀포레’, ‘파크타운’, ‘파크힐스’처럼 2가지 이상의 단어를 조합한 펫네임을 쓰기도 한다.
이런 펫네임은 그냥 재미로 붙이는 것이 아니다. 아파트를 판매하는 건설사나 시행사가 분양에 앞서 상품의 특장점을 강조하기 위해 신중히 고민하면서 정한다.
예컨대 단지 주변에 녹지가 많으면서 자녀가 학교 다니기 좋은 경우라면 ‘에듀포레’라는 펫네임을, 큰 공원이 단지 인근에 있는 경우라면 ‘센트럴파크’, 지하철역이 가까우면 ‘메트로’라는 펫네임을 붙이는 식이다. 지대가 높아 조망 여건이 우수하면 ‘더힐’이라는 펫네임을 붙이기도 한다.
또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건설사의 경우 자사가 짓는 프리미엄급 아파트에 대해서는 앞서 언급한 개념과는 아예 다른 브랜드 네임을 붙이기도 한다. ‘써밋’이나 ‘디에이치’, ‘아크로’, ‘그랑’ 등의 단어가 붙어있는 아파트는 프리미엄급 상품으로 이해하면 쉽다.
실제 아파트 판촉을 위한 홍보 마케팅 활동도 이 같은 상품 특장점에 근거해 이뤄진다. 지역을 불문하고 우리나라 아파트 건축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어느 부분에 강점이 있느냐를 따져서 판촉 활동을 벌이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가 어느 아파트를 선택할지 결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펫네임만 보면 어느 정도는 이 아파트의 강점을 짐작할 수 있다. 업계를 드나들며 봐온 바에 따르면, 시세차익을 전제로 상당수 소비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인접 여부를 아파트 구입의 첫 번째 기준으로 삼는다. 이어 직주근접을 고려한 교통수단 이용편의성을 따져보곤 한다. 이런 판단에 있어 펫네임을 참고하는 것만큼 쉬운 것도 없다.
그러나 여기서 소비자들께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펫네임을 믿으면서 견본주택만 보지 말고 실제 사업지 현장을 찾아가 보시라는 것이다. 설령 사업지 주변이 황량한 벌판이라 해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말 ‘리버뷰’ 조망이 가능한지, 진짜 지하철역이 가까워서 ‘메트로’가 붙은 것인지는 한번 가보면 알 수 있다. 현장 인근 부동산을 찾아 상품에 대해 문의하고 상담해보면 더더욱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런 소비자는 거의 없다는 것이 개인적 견해다.
실제 필자는 아파트 견본주택 개관 당일을 전후해 현장을 다녀온 경우가 많은데, 현장을 찾아와 컨디션을 체크하는 소비자를 거의 보지 못했다. 최근 출장을 다녀온 지방 유명도시에서도 홍보관을 찾아온 고객은 많았지만 현장을 찾아온 고객은 아무도 없었다. 이 현장의 경우 홍보관에서 사업 현장까지는 차로 15분이면 이동이 가능했음에도 말이다.
물론 직접 가보지 않아도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지도를 보면 어느 정도 현장 컨디션을 짐작할 수 있는 세상이다. 소비자 대신 현장을 답사하고 인터넷 블로그 등에 답사기를 올리는 부지런한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콘텐츠를 통해 경험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억원을 들여 구입하는 아파트라면, 직접 가보고 조사한 뒤 분양 여부를 결정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현장을 직접 찾는 것이 참신한 방법이라고 강변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현장 조사를 위해 발품을 직접 팔아본 결과, 직접 현장에 가서 상황파악을 제대로 마친 소비자와 그렇지 않은 소비자 사이에는 당첨자 발표 직후부터 큰 차이가 생겨날 것이라는 생각도 강하게 든다.
한번 나가보면 알게 된다. 드라마 미생의 한석율이 늘상 강조했던 “역시 현장이지 말입니다”라는 대사가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화두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