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붉은 수돗물' 원인은 무리한 수계전환 때문"
"인천 '붉은 수돗물' 원인은 무리한 수계전환 때문"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9.06.1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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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정부 원인 조사반 중간 조사결과 발표
인천 수돗물 22일부터 순차적으로 정상 공급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인천의 '붉은 수돗물' 사태의 원인은 무리한 수계전환 때문이라는 정부 조사결과가 나왔다. 인천의 수돗물 공급은 이달 22일부터 순차적으로 정상 공급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인천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적수) 사고에 대한 정부원인조사반의 중간 조사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무리한 수계전환이라고 환경부는 진단했다.

평소 공촌정수장에서 영종지역으로 수돗물을 공급할 때는 물이 흐르는 방향을 그대로 살리는 '자연유하방식'으로 공급하지만, 이번 수계를 전환할 때는 압력을 가해 역방향으로 공급했다.

역방향으로 수계를 전환하려면 흔들림이나 충격 등의 영향을 고려하고 이물질이 발생하는지를 따져 보면서 정상 상태가 됐을 때 공급량을 서서히 늘려나가야 한다.

하지만 역방향으로 유량을 1700㎥/h에서 3500㎥/h으로 오히려 증가시켜 유속이 역방향으로 2배 이상 증가(0.33m/s→0.68m/s)해 관벽에 부착된 물때가 떨어져 관 바닥 침적물과 함께 검단·검암지역으로 공급돼 초기 민원이 발생했다.

5시간 후 공촌정수장이 재가동될 때 기존 공급방향으로 수돗물이 공급되면서 관로 내 혼탁한 물이 영종도 지역으로까지 공급됐다.

정수지 및 흡수정의 이물질이 사고발생 이후 지속적으로 '정수지→송수관로→급배수관로→주택가'로 이동하면서 사태 장기화가 초래했다는 게 환경부 설명이다.

인천시의 사전 대비와 초동 대처도 미흡했다.

'국가건설기준'을 보면 상수도 수계전환 때는 배관도, 제수 밸브, 이토밸브, 공기 밸브 등에 대해 대장을 작성한 뒤 현장 조사를 하고 도출된 문제점에 대해선 사전에 대책을 수립하도록 명시돼 있다. 특히 녹물 발생 방지를 위한 충분한 배수, 밸브 개폐 작업 시 주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인천시는 수계를 전환하기 전 수돗물 대체공급을 위한 공급지역 확대방안 대응 시나리오 작성 시 각 지역별 밸브 조작 위주로만 계획을 세우는데 그쳤다.

또 밸브를 조작하는 단계별로 수질 변화를 확인하는 계획도 세워두지 않아 탁도 등 이번 사고를 유발한 이물질(물때 등) 발생에 제때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이번 수계전환 때 일시적으로 정수 탁도가 0.6NTU(탁도 단위, 먹는물 기준 0.5NTU)로 기준을 초과했지만, 정수장에선 별도 조치 없이 내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환경부는 수계전환에 따라 인천 서구 공촌정수장 쪽 탁도가 수계전환 이전 평균 0.07NTU에서 0.11~0.24NTU까지 상승했음에도 초동대응이 이뤄지지 못해 피해를 최소화할 최적시간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환경부는 인천시와 함께 이물질을 완전히 제거해 사고 이전 수준으로 수돗물 수질을 회복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공촌정수장 정수지 내의 이물질부터 우선 제거한 뒤 송수관로, 배수지, 급수구역별 소블럭 순으로 오염된 구간이 누락되지 않도록 배수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달 22일부터는 배수 순서를 정해 단계적으로 공급을 정상화하고, 늦어도 29일까지 수돗물 정상 공급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선 정수장 중심의 물공급 관리체계를 급·배수관망으로 확대해 사고징후를 실시간으로 감시·예측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상수관망 유지관리 개선 종합 계획을 수립해 관망운영관리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관망 기술진단을 의무화해 진단결과에 따라 관망청소를 주기적으로 실시하도록 법제화해 관로에 침전물이 오래도록 방치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전문가를 파견해 자문과 기술지원을 실시했으나 체계적인 대응이 미흡하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적시에 대처가 가능하도록 유역별 상수도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관망분야 전문인력 양성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