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은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제목과 달리, 실제 ‘기생충’이 등장하지 않지만 짜임새 있게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렇지만 제목 ‘기생충’의 의미를 알게 되면서부터는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해진다.
영화는 부자 가족과 가난한 가족을 대비시켜 숙주와 기생충에 비유하면서 현 자본주의의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낳은 계층구조가 시간이 흘러도 계층에 채워지는 사람만 바뀔 뿐 그대로 유지되는 점을 보여준다.
가난한 가족, 기택(송강호 분), 충숙(장혜진 분), 기우(최우식 분), 기정(박소담 분) 4명은 자격이나 경력 등을 속여 부자네(이선균 분, 조여정 분) 가족에 취업한다. 이처럼 자격이나 경력 등을 속여서 취업하고 재산상 이익을 얻는 것이 사기죄에 해당하는지 알아본다.
사기죄는 사람을 속여서 재물을 편취하거나 재산상의 불법한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사람을 속이거나 거짓말을 하더라도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으면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사기죄가 ‘재산죄’이기 때문이다.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 주었는데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으면 민사상 소를 제기하여 돈을 받는 방법이 있다. 그렇지만 채권자는 돈을 받기 위해 채무자를 사기죄로 고소하는 경우가 많다. 사기죄는 돈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가장 많이 하는 고소 사건들 중 하나이다.
수입 소고기를 한우로 속여서 판매한다거나 인삼을 산삼으로 속여서 판매하는 경우 등은 가장 일반적인 사기죄의 형태이다. 실제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사기죄의 형태는 용도를 속이는 사기와 지불능력, 지불의사를 속이는 사기 등이다.
용도를 속이는 사기는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돈을 빌리면서 사용처를 속인 경우,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진정한 용도를 말하였다면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면 성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제는 유흥비로 사용할 것인데 병원비로 사용한다고 속이면서 돈을 빌린 경우, 돈을 빌려준 사람이 빌려준 돈의 사용처가 유흥비라는 것을 알았으면 빌려주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용도를 속이는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지불능력, 지불의사를 속이는 사기죄는 돈을 빌리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면서 자신에게 돈을 갚거나 지불할 능력이 있는 것처럼 속여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예를 들면,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돈을 빌리면서 일정 기간 후 곗돈을 받아서 또는 물품대금을 받아서 갚겠다고 하였으나, 그 기간 후에 실제로 곗돈이나 물품대금을 받을 일이 없었으면 변제능력을 속인 것으로서 지불능력, 지불의사를 속이는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기우와 기정이 명문대생, 외국 유학생이라며 과외자리를 구한 것, 기택이나 충숙이 경력이 많다며 운전기사, 가사도우미로 취업한 것은 허위 자격이나 허위 경력으로 연교(조여정 분)를 속여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서 사기죄가 성립한다.
영화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부자와 가난한 사람은 반드시 숙주와 기생충 같은 기생관계일까? 인간관계는 기생충과 숙주처럼 일방이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기생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에게 조금씩 기생도 하면서 공생하는 공생관계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