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 '범죄인 인도법안' 보류키로… 갈등 불씨는 여전
홍콩 정부, '범죄인 인도법안' 보류키로… 갈등 불씨는 여전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9.06.15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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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대시민 사과 여부에 "사회적 갈등 야기 유감"
야당·재야단체 16일도 '검은 대행진' 시위 하기로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15일 오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15일 오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홍콩이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추진을 전격 보류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친중(친중국)파인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15일 오후 3시(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만 정부가 살인범의 인도를 요청하지 않고 있어 범죄인 인도 법안이 더는 긴급하지 않다"며 "지난 이틀간 검토 결과 법안 추진의 잠정 중단을 발표한다"고 발표했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2월 대만에서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주한 홍콩인 대만 인도를 위해 이 법안이 필요하다고 홍콩정부가 주장했지만 대만 정부는 민의를 무시한 법안 추진은 원치 않는다며 범인 인도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캐리 람 장관은 "법안 2차 심의는 보류될 것"이라며 "대중의 의견을 듣는 데 있어 시간표를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홍콩 정부가 단기간 내에 범죄인 인도 법안을 재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안 철회 의사를 묻는 질문에 그는 "대만 살인사건과 관련해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겠지만, 법의 '허점'을 메우는 것은 필요하다"며 "법안이 철회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사퇴나 대시민 사과 여부에는 즉답을 피했다. 

다만 "정부는 이견을 좁히기 위해 노력했지만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데 대해 슬프고 유감스럽다"며 "진심 어린 마음으로 겸허하게 비판을 듣고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시위 진압 때 경찰의 '과잉 진압' 진압 논란에 대해서도 "경찰은 법을 집행하고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만 답했다.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면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주최측 추산 103만 명의 홍콩 시민이 반대 시위를 벌였는데,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이어 12일에는 수만 명의 홍콩 시민이 입법회 건물 주변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 저지 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최루탄, 고무탄, 물대포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9일 시위를 주도한 홍콩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캐리 람 행정장관의 법안 잠정 중단 발표에도 "법안이 완전히 철회될 때까지 항의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혀 진화되기 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홍콩 재야단체와 야당은 일요일인 16일에도 홍콩 도심에서 100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검은 대행진' 시위를 열 계획이다. 

ar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