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버스업계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비상이 걸렸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해 추가로 운전기사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300인 이상 버스 운송업체에 먼저 도입되고, 50~299인 기업은 내년 1월까지, 그 이하는 2021년 7월까지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에 의하면 당장 7300여명의 운전기사가 추가로 투입돼야만 현재와 같이 정상 운행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긴급 대응반을 꾸려 버스기사 인력 확보 상황을 점검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닌 듯 하다. 단기간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태가 어떻게 흐를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렇듯 미리 예견된 일이지만 정부와 자치단체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여전히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각 지자체에서 시내버스의 안정적 운행을 위해 요금 인상을 포함한 다양한 재원 마련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면서 “인허가, 요금 인상, 관리 등 업무는 지자체의 고유 권한으로, 시내버스의 차질 없는 운행을 위해 지자체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지자체는 요금 인상에는 난색을 표하며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전국 버스노조의 파업 예고로 ‘버스 대란’ 우려 상황이 또 다시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를 밀어붙이면서 일어난 문제라는 논란과 함께 결국은 세금으로 매워야 하는 상황이라 시기와 폭의 문제일 뿐 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안전과 서비스 개선 등 질적인 변화 없는 버스요금 인상은 시민들 호주머니를 털어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지난 11일 수원에서 열린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따른 버스 문제 해법 모색 대토론회’에서 시민들은 버스 운행의 문제에 대해 의견을 쏟아냈다. 정류장 무정차·과속 등 버스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버스업계, 운수종사자, 시민 모두가 고통을 분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버스운수종사자 주 52시간 근무 시행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이고, 시민들은 버스 이용에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는 버스업체 지원금 관리·감독 강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은 긍정적인 면이 더 크다. 기업마다 다양한 근무형태를 도입하는 등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 붐이 일고 있다. 국민 삶의 질 향상은 포기할 수 없는 목표임에는 틀림없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