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연일 '국회 정상화'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야당을 압박하면서 재를 뿌리고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1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야당이 늘 '경제 파탄'이니, '경제 폭망'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추경(추가경정예산)은 (처리를) 안 해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난 11~12일 청와대 정무라인이 나서서 국회를 압박한 데 이어 이날까지 사흘째 압박성 발언을 한 셈이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11일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구를 요청한 각각의 국민청원에 대해 "국회에서 추경안(추가경정예산안)이 이날(11일)로 48일째 심사조차 못하고 있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과정에서 국민들께 큰 실망을 안기면서 국민들이 눈물을 훔치며 회초리를 드시는 어머니가 돼 위헌정당 해산청구라는 초강수를 두셨다고 생각한다"며 "내년 총선까지 기다리기 답답하다는 국민의 질책"이라고 말했다.
그 다음날인 12일에는 복기왕 정무비서관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에 대한 국민청원에 "국회가 일하지 않아도, 어떤 중대한 상황이 벌어져도 주권자인 국민은 국회의원을 견제할 방법이 없다"며 '일하지 않는 국회'를 직접 겨냥했다.
사흘째 국회 파행을 거듭 문제 삼은 셈이다. 현재 국회 정상화 협상에서 한국당이 강경 입장이라, 내용 면에선 한국당을 겨냥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재해 및 건전재정 추경 긴급토론회'에서 "우리는 여당과 신뢰를 복원하는 과정을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순방하는 틈에 정무수석과 정무비서관이 정치 전면에 서서 연일 국회를 농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나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재를 뿌리고 있다"며 "청와대가 이런 식으로 하면 국회 어떻게 열 수 있겠나. 국회 정상화의 최대 걸림돌인 청와대의 자세의 변환,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했다.
청와대와 제1야당간 직접 공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여야 국회 정상화 협상 더 꼬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나 원내대표는 "정치 전면에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청와대가 전면에 서서 국회를 농락하고 야당을 조롱하면서 실질적인 물밑대화나 우리를 설득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취임한 이후 노 실장으로부터 전화조차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가 한국당과의 소통을 소홀히 한 채 국회를 농락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인 셈이다.
다만 이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연락한번 없었다는 것은 전체 맥락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나 원내대표가 국회 파행 사태 이후 '청와대는 빠져라'라고 언급한 바 있다"며 "그 전까지는 나 원내대표와 연락을 했었는데, 그 이후 못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황교안 대표 측과도 끊임없이 접촉했다"며 "황 대표와 쉽게 연락이 닿지 않아 황 대표의 비서실장인 이현승 의원과 계속 연락을 취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정당해산'과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답변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특정 정당을 압박하거나 조롱할 의도로 답변을 했다면 한국당 정당해산 청원에 대해서만 답변을 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민주당 정당해산 청원에 대해서도 답변을 같이 드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