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친박 갈등 재점화 되나?
친이-친박 갈등 재점화 되나?
  • 양귀호기자
  • 승인 2009.02.0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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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여당내 야당역’ 자임…“건전한 비판 하겠다”
청와대 “살얼음 있지만 ‘박근혜’와 해빙기 맞고 있다” 친박근혜계 핵심인 김무성 의원이 3일 정권의 잘못을 강하게 비판하는 ‘건전한 비주류’의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하며 ‘여당내 야당역’을 자임하고 나섰다.

앞서 박근혜 전 대표도 전날 이명박 대통령과 당 최고위원·중진 오찬에서 “국민 공감대 위에 쟁점법안 추진해야 한다”며 당의 ‘속도전’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는 등 당내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동안 ‘비주류’에 머물렀던 친박계가 이명박 대통령 집권 1년을 계기로 침묵을 깨고 실력행사에 나설 채비를 갖추는 분위기다.

김무성 의원은 이날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현재 친박의 위치는 한나라당내 분명한 비주류”라며 “이제 2월 국회가 끝나면 건전한 비주류로서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협조할 것은 물론 협조하고 잘못된 일이 있으면 건전한 비판을 강하게 할 생각”이라며 “그렇게 하는 것이 한나라당이 건강하고 국민 앞에 겸손한 정권이 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권에 협조하되 앞으로 쟁점법안 처리 등 주요 현안과 당내 통합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당을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태세다.

친박계의 이러한 태도 변화에는 앉아서 기다리는 한 ‘주류’가 ‘비주류’를 인정하지 않는 당 분위기를 쇄신하고 당내 통합을 이룰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3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와 4월 재보선이 불러올 여권내 지각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친박계의 전열을 가다듬기 위한 성격도 있어 보인다.

김 의원은 친박계의 자세 변화와 이재오 전 최고위원 귀국과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 “이는 다른 이야기”라면서도 ‘시점이 비슷하기 때문에 그런 인식을 갖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또 “여당에 무슨 비주류가 있느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주류 쪽에서 우리를 품어주지 않으니 우리는 비주류가 맞다”며 “당내에서도 비주류를 인정하고 국회 내에서도 야당을 정치 파트너로 인정해야 협상과 타협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서운함을 표시했다.

그는 “대통령 임기 1년 동안은 조용하게 협조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일체 소리를 내지 않고 협조해왔던 것”이라며 “당내 통합 문제를 가장 먼저 제기하고 지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청와대 회동에서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의 ‘생일상’을 마련하는 등 공을 들이면서 친이와 친박간 앙금을 씻어낼 신호탄이 되는게 아니냐는 기대도 낳았으나, 친박계가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낸다면 계파간 신경전은 더욱 가열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친이계 핵심인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냉소적이고 방관자적인 자세로 이 정권을 바라보거나 반대만 하면서 순간적인 인기에 연연해 다음 주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잘못되었다고 본다”고 박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친박계의 행동 변화가 여권내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고 당내 ‘건전한’ 비판을 생산하는 추동력으로 작용하려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화해가 우선되어야 한다는데 여권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청와대 오찬 직후 창가에 단 둘이 서서 몇 분간 나눈 대화 내용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한편 이날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전날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초청오찬에서 가진 회동과 관련, 해석이 분분하자 “해빙기 때 얼음이 한꺼번에 녹는 것을 봤느냐”는 입장을 밝혔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어제 회동을 두고 엇갈린 보도가 나갔더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변인은 “녹아가는 과정에서 약간의 살엄음은 남을 수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방점은 ‘얼음이 녹고 있다’는 점이다.

내일이 입춘 아니냐”고 강조했다.

그는 “(친이·친박의 냉랭한 기운이) 녹고 있는 것은 맞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120%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당·정 화합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