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지는 ‘밀키트’ 시장…CJ·이마트 등 힘겨루기 본격화
판 커지는 ‘밀키트’ 시장…CJ·이마트 등 힘겨루기 본격화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6.1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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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내 7000억원 규모 성장…‘밀키트 춘추전국시대’ 돌입
간편함·가심비 갖춰 1인가구·맞벌이부부 중심 수요↑
동원·한국야쿠르트·GS리테일 등 식품·유통채널 속속 진출
올 들어 1위업체 CJ제일제당·이마트 진출로 경쟁 치열
CJ제일제당의 밀키트 '쿡킷(좌)'과 이마트의 '피코크 밀키트(우)' (사진=CJ제일제당, 이마트)
CJ제일제당의 밀키트 '쿡킷(좌)'과 이마트의 '피코크 밀키트(우)' (사진=CJ제일제당, 이마트)

식품·유통업계의 ‘밀키트(Meal Kit)’ 시장 공략이 치열하다. 스타트업을 시작으로 대형 식품기업과 유통채널이 밀키트 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올 들어 국내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과 최대 규모의 대형마트인 이마트까지 경쟁에 합류하면서 ‘밀키트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 식품공룡·유통공룡으로 불리는 CJ제일제당과 이마트의 진출로 ‘판’이 커지면서 국내 밀키트 시장은 5년 내 7000억원 규모까지 급성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밀키트는 식사(Meal)와 키트(Kit)의 합성어로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알맞은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제공하는 제품이다. 간편함과 가심비를 두루 갖춰 1인가구와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일본 등 식품선진국에서는 10여 년 전 부터 밀키트 시장이 발달해 지난해 기준 미국은 3조5000억원, 일본은 9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국내의 경우 2016년 닥터키친·프레시지 등 스타트업이 밀키트를 선보이면서 관련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이후 동원·한국야쿠르트 등 식품기업과 GS리테일·현대백화점 등 유통채널도 속속 출사표를 던지며 경쟁구도가 점차 확대됐다.

게다가 올 들어 지난 4월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에 이어 이달에 대형마트 1위 이마트가 밀키트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하면서 식품·유통업체들이 각기 가진 강점과 차별화를 앞세워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는 기업 인지도와 생산 노하우, 물류 인프라 등에서 우위에 있는 CJ제일제당과 이마트의 우세를 예상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1년 6개월에 가까운 기획·연구 기간을 거쳐 ‘쿡킷(COOKIT)’이라는 밀키트 브랜드를 론칭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등 다양한 브랜드를 출시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론칭 당시 60여종의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 현재 소비자들에게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앞으로 2년 내 200여종의 라인업을 갖춰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킨다는 게 목표다.  

또 계열사인 CJ프레시웨이를 통해 원재료인 농수축산물의 신선도를 확보하고, CJ대한통운의 인프라를 활용해 소비자가 원하는 때에 맞춘 지정일 배송·새벽배송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은 CJ제일제당의 또 다른 강점으로 꼽힌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오는 11월까지 1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밀키트 센터를 건설하는 한편, 연내에 수도권 전 지역에서 쿡킷 밀키트를 간편하게 주문하도록 물류 시스템을 확장 중이다”며 “3년 내 매출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피코크(PEACOCK)’라는 이미 성공한 가정간편식(HMR)의 높은 인지도와 함께 전국의 점포망과 온라인 배송 노하우를 앞세워 지난 10일부터 ‘피코크 서울요리원 밀키트’ 6종을 판매 중이다.

이마트의 피코크 서울요리원 밀키트는 차별화를 위해 해외여행 경험이 많고 식도락에 관심 높은 3040세대 맞벌이 부부를 주요 공략층으로 삼았고, 전국의 이마트 오프라인 점포는 물론 온라인의 쓱(SSG) 배송과 연계로 당일 구매가 가능해 배달 편의성을 극대화한 점이 눈에 띈다.

이마트는 피코크 서울요리원 밀키트를 시작으로 이달 말 ‘고수의 맛집’ 밀키트를 출시하고, 향후 1인용·유기농(organic) 등 제품을 다변화해 관련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는 밀키트를 미래먹거리 사업으로 삼고 있다”며 “올해 매출 목표는 100억원으로 2024년까지 500억원 규모의 서브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S리테일의 ‘심플리쿡’ 밀키트를 배송 받는 소비자. (사진=GS리테일)
GS리테일의 ‘심플리쿡’ 밀키트를 배송 받는 소비자. (사진=GS리테일)

이 외에 식품업계에서 가장 먼저 밀키트 시장에 뛰어든 동원은 대중적인 밀키트 브랜드인 ‘셀프조리·맘스키트(동원홈푸드)’와 최근 소비자가 직접 고른 재료로 요리를 완성하는 콘셉트의 프리미엄 밀키트 ‘양반 나만의 요리 만들기(동원F&B)’로 주목받고 있다.

선발주자인 한국야쿠르트도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로 부르는 프레시매니저의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잇츠온’ 밀키트를 배달해주는 한편, 정기배송 서비스까지 운영하면서 지난해 6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유통업계에서는 GS리테일의 ‘심플리쿡’이 60여 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메뉴와 함께 슈퍼마켓·편의점 플랫폼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나만의 냉장고’를 통해 구매 편의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현대백화점의 ‘셰프박스’, 갤러리아백화점의 ‘고메이494’는 유명 레스토랑과 협업을 통해 고급요리 중심의 밀키트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업계는 대형 식품·유통업체들이 잇달아 밀키트 시장에 뛰어들면서 지난해 200억원 정도였던 시장규모가 올해는 400억원대, 2024년까지 7000억원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CJ제일제당과 이마트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판이 크게 커져 업계 전반적으로 고무적인 상황”이라며 “각 업체들이 내놓는 메뉴 종류와 수는 1~2년 사이에 거의 동일해질 것이기 때문에, 결국 어떻게 차별화해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지가 시장 선점의 최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