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오슬로포럼서 연설… "함께한 역사 5천년, 헤어진 역사 70년"
"2차 북미회담 후 교착상태는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 필요하기 때문"
노르웨이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오슬로 선언'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비전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슬로 대학에서 열리는 오슬로포럼에 참석해 '북유럽에서 배우는 국민이 만드는 평화'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노르웨이가 단 한 번도 평화를 위한 여정을 멈추지 않고 오늘의 평화를 이룬 것처럼 한국 정부 또한 평화를 위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며 반드시 평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명 공동체'"라며 "함께한 역사는 5000년이고, 헤어진 역사는 70년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국민들 사이에서 평화에 대한 구체적인 희망이 자라길 바란다"며 "평화가 내 삶을 나아지게 하는 좋은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모일 때 국민 사이에 이념과 사상으로 나뉜 마음의 분단도 치유된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커다란 평화의 물줄기도 더욱 힘차게 흐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7월 '베를린선언'을 발판으로 지난해 평창올림픽 이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거치며 남과 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과 종전선언·평화협정을 통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선순환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대화 모멘텀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오늘날 전세계에서 냉전이 종식됐지만 한반도에는 여전히 냉전구도가 자리 잡고 있다"며 "남북은 분단돼 있고, 북한은 미국, 일본과 수교를 맺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정착은 동북아에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구도의 완전한 해체를 의미한다"고 했다.
또 "역사와 이념으로 오랜 갈등을 겪어 온 동북아 국가들에게 미래지향적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가 지역 평화와 화해에 기여하고 아시아와 유럽의 공동번영으로 이어지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은 이날이 제1차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이라고 언급하면서 "1년 전 오늘, 역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손을 맞잡았고 두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새로운 북미관계, 한반도 평화체제의 큰 원칙에 합의했다"며 "지금 그 합의는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화가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그것은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70년 적대해왔던 마음을 녹여내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여전히 상대에 대한 신뢰와 대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대화를 통한 평화실현에 한결같은 지지를 보내주고 있으며 지금의 상황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평화란 힘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평화는 오직 이해에 의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통찰이 우리 모두에게 새겨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설은 노르웨이 정부가 '인도주의 대화를 위한 센터'측과 공동 주최하는 평화·중재 분야 국제포럼인 '오슬로 포럼'의 금년도 기조연설자로 문 대통령을 초청하고, 우리정부가 이를 수락함에 따라 성사됐다.
앞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12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어 이날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더 주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