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가 없으면 불편하고, 줬다가 빼앗으면 서운한 법이다.
우리는 편리함과 익숙함에 빠져 꼭 필요치 않음에도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과용하고 있다. 심지어 인류에 대재앙을 불러올 줄 뻔히 알면서도 내려놓지 못하고 외면한 채 여전히 그것들을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찰턴 헤스턴이란 헐리우드 유명배우가 주연을 맡은 1969년 개봉작 ‘혹성탈출’이란 영화가 있다. 영화는 인간의 끊임없는 탐욕으로 삭막해져 희망이 사라진 미래지구에서 우주선을 타고 탈출한 주인공 테일러(찰턴 헤스턴 분) 일행이 어느 행성에 불시착하면서 시작된다.
결국 주인공 일행은 시간여행을 통해 먼 미래의 지구로 다시 돌아왔으나 인류는 이미 탐욕의 대가로 문명을 잃어버리고 지구는 진화한 유인원의 지배를 받는다는 내용이다. 거의 반세기 전 영화지만 마냥 황당하지만은 않은 것이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지구는 환경오염으로 황폐화돼 인류는 자멸할 것이며 문명은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자연기금이 호주 뉴캐슬대학과 함께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1주일을 기준으로 총 2000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그 중 1769개는 마시는 물을 통한 것이다. 연간 무게로 환산하면 250g에 달하는 미세플라스틱들 먹고 있다니 가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정이 이렇다보니 조금 불편하더라도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 환경오염물질을 줄이자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최근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2021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 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의 플라스틱 규제는 유럽연합(EU)이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에서 도입하는 환경보호 정책과 결을 같이 하는 것이다. EU는 지난 3월 비닐봉지처럼 미세한 조각으로 쪼개져 썩지 않고 자연에 남는 제품들에 대한 규제 법안을 가결한바 있다.
우리도 지난해 8월부터 카페나 패스트푸드 등 매장에서의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올해 3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 4월 1일부터는 전국 대형마트와 백화점, 쇼핑몰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지를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편의점이나 시장, 일정 규모 이하의 슈퍼마켓에서는 비닐 사용제한이 없고, 또 대형 매장에서 제품을 배달시키면 별 제제가 없는 상황이다.
우리의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2017년 기준으로 연간 790만t에 달하고 매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재활용 쓰레기의 절반가량을 처리하던 중국도 더 이상의 수입을 금지했으며, 동남아 곳곳의 사정도 비슷해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이 우리 실정이다. 방법은 줄이는 것 밖에 없다. 산업, 서민경제 눈치 보지 않고 행정력이 강력한 규제를 시행해 나갈 수 있도록 정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캐나다는 되고 우리는 안 되는가.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