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농어가목돈마련저축’ 폐지 추진에 농업계 ‘반발’
기재부 ‘농어가목돈마련저축’ 폐지 추진에 농업계 ‘반발’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6.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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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가입자 수 감소·사업관리 부실로 폐지 권고
농업계, 소득수준별 장려금 세분화로 실효성 제고 우선
관련법 개정안 국회 통과 전제…폐지 여부 두고 봐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40여년간 중소 농어업인의 재산형성과 생활안정에 기여하고 있는 ‘농어가목돈마련저축’에 대해 최근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농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2일 농업계에 따르면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은 일정규모 이하 영세 농어가의 소득을 저축으로 유도해 재산형성에 도움을 주고자 1976년 4월 도입된 금융상품이다. 이후 1985년 12월 ‘농어가 목돈마련저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현재 농지소유(임차) 2헥타르(ha) 이하 농업인을 대상으로 월 20만원(연 240만원)까지 연간 0.9~4.8%의 추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해당 금리혜택의 재원은 ‘농어가목돈마련저축기금’으로 정부와 한국은행이 반반씩 분담하고 있다. 올해 기금 규모는 721억원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재부는 기금평가단을 구성해 지난달 말 농어가목돈마련저축기금을 비롯한 23개 기금의 존치 타당성을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중 농어가목돈마련저축기금 폐지 추진과 함께 기존사업을 일몰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연간저축한도가 낮아 농어가 재산형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못하고, 가입자 수 감소와 사업관리가 취약하다는 게 이유다.

기재부는 이후 해당 기금사업을 폐지하고, 필요할 경우 실효성이 높은 저소득층 농민에 특화된 대체 지원사업 발굴을 권고하는 내용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기재부 지적대로 가입자 수는 줄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가입계좌는 27만6000여좌로 2010년 46만2000여좌와 비교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가입자 수 감소로 정부는 2017년 2월 시행령을 개정하고 저축한도를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리는 한편, 저축장려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등의 일부 개편을 진행한 바 있다.

아울러 기재부는 폐지 권고의 또 다른 이유로 세대 구성원 간 소규모 농지 양도 등 부정가입자가 증가하는 등의 부실한 관리를 들기도 했다.

하지만 농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관련 사안에 대해 당사자인 농어업인의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폐지 권고 사유의 책임도 농어업인이 아닌 정부의 관리 소홀에 대한 부분이 크다는 것이 농업계의 주장이다.

국내 최대 농민단체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는 성명서를 통해 “제도 성과를 평가하는데 이해 당사자인 농어업인의 의견수렴 등 절차를 무시했다”며 “가입자 수는 농어가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줄어들 수밖에 없고, 부정가입자의 경우 제도상의 허점과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문제의 책임을 농어업인에 물어 해당사업을 아예 없앤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농업계는 제도를 폐지하기보다는 미흡한 점을 보완·개선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농연 관계자는 “연간 저축한도를 현실에 맞게 상향 조정하면서 소득수준별 장려금 지원 수준을 세분화해 영세농과 신규 농업인이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기금 관리·운영도 금융위원회가 아닌 농림축산식품부로 이관해 체계적인 자금 마련과 운용으로 농어촌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재부가 권고한 농어가목돈마련저축기금 제도 폐지가 현실화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해당 기금이 법률로 규정된 만큼 관련 개정안이 국회에 통과돼야 폐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농업금융정책과 관계자는 “기재부 기금평가단의 평가 결과에 아쉬운 측면이 있다”며 “제도 폐지에 대해서는 농업계와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진행상황에 따라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 농업계와 협의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