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 행복한 삶 사시길" 유언 남겨
"평생 약자 편에서 늘 함께하시고 남북 평화 일 계속 하시다 소천"
장례 '사회장'·14일 발인… 여야5당 대표 장례위 고문으로 참여
10일 97세를 일기로 별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정치적 동반자, 여성·인권 운동가였던 고(故) 이희호 여사는 유언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서 행복한 삶을 사시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김성재 '김대중 평화센터' 상임이사는 11일 오전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이 여사의 유언을 발표했다.
이 여사는 지난해 변호사가 입회한 가운데 세 아들의 동의를 받아 이 같은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김 이사는 전했다.
이 여사는 "우리 국민들께서 남편 김대중 대통령과 저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 여사는 "동교동 사저를 '대통령 사저 기념관'(가칭)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노벨평화상 상금은 대통령 기념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라"고 말했다.
이 여사는 유언의 집행에 대한 책임을 김성재 상임이사에게 부여하면서 "김대중 대통령 기념사업과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한 김대중평화센터 사업을 잘 이어가달라"고 당부했다고 김 이사는 설명했다.
또 김 이사는 "이 여사님께서는 평생 어려운 사람들,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늘 함께하시고,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으로서 남과 북의 평화를 위한 일을 계속하시다가 소천하셨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 여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기 이전에 여성지식인, 여성운동가로서 평생 여성 인권 신장에 힘쓰며 한국 여성운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일제 치하에 태어나 해방과 분단,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고, 결혼 전에는 독신을 고집하며 유학을 다녀온 뒤 한국 여성운동의 선구자로 활약한 엘리트 여성이었다는 평이 나온다.
특히 이 여사는 2000년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에 영부인으로 동행해 역사적 현장을 지켜봤고,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에도 활발한 활동으로 '6·15 공동선언' 실천과 남북간 화해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보수정부 시절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해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도 햇볕정책의 계승자로서 활발한 활동에 나서고, 매년 노벨평화상 수상 축하 행사를 개최하는 등 남편의 유업을 잇는 데 힘을 쏟았다.
한국 여성운동의 선구자인 이 여사는 북한을 방문했을 때도 여원구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등 여성계 대표들을 별도로 만나 남북 여성단체간 교류협력 강화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편, 이 여사의 장례는 김대중평화센터와 장례위원회주관으로 '여성지도자 영부인 이희호 여사 사회장'으로 치러진다.
장례위원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자유한국당 황교안·바른미래당 손학규·민주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5당 대표가 고문으로 참여한다.
발인은 14일이며, 이 여사는 발인 당일 오전 자신이 장로를 지냈고 생전 예배에 참석했던 신촌 창천교회에서 열리는 장례예배 후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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