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화재사고 원인·안전강화 발표…“모호한 대책” 지적도
ESS 화재사고 원인·안전강화 발표…“모호한 대책” 지적도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6.1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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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 사고 현장서 76개 항목 시험 실증 거쳐 원인 발표
“배터리셀 직접 원인 아냐”…관련업계 안도의 한숨 내쉬어
“전력변환장치 등 제품 관련 모호한 대책” 지적도 나와
이승우 국가기술표준원장, 김정훈 민관합동 ESS화재사고원인조사위원장 등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화재사고 원인과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승우 국가기술표준원장, 김정훈 민관합동 ESS화재사고원인조사위원장 등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화재사고 원인과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에 대한 민관합동 조사 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관련업계는 배터리에 직접적인 원인이 없다는 데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원인조사위원회가 내놓은 대책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화재 원인과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조사위는 ESS 분야 학계, 연구소, 시험인증기관 등 19명의 전문가로 구성됐다. 조사위는 ESS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총 23개 사고 현장에 대한 조사와 자료 분석, 76개 항목의 시험 실증을 거쳤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 2017년 8월 전북 고창 풍력발전 연계용 ESS 화재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총 23건의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자 ESS 가동중단 권고 등 대책 마련에 나선 바 있다.

ESS는 태양광 등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저장한 뒤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장치다. 리튬이온배터리가 쌓인 배터리 저장소와 전류를 바꾸는 전력변환장치(PCS), 배터리 관리시스템(BM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으로 구성돼 있다.

조사위 분석결과 전체 23건의 화재사고 가운데 14건은 충전 완료 후 대기 중에 발생했다. 6건은 충·방전 과정에서 일어났으며 설치·시공 중 발생한 화재는 3건이었다.

조사위는 화재의 직·간접적인 요인으로 △배터리 보호 시스템 미흡 △운용관리 부실 △설치 부주의 △통합관리체계부족 등 4가지를 꼽았다.

또 일부 배터리셀에서 제조상 결함을 발견했지만 실증 과정에서 결함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진 않았다. 조사위는 결함이 있는 배터리를 가혹한 조건에서 장기간 사용하면 위험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조사위의 이 같은 결과 발표에 관련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조사위가 배터리셀이 ESS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발표가 ESS 산업 전반의 안정성과 신뢰성 확보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모호한 시장 상황이 정리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화재 원인을 토대로 안전강화 대책도 발표했다.

정부는 제조·설치·운영 단계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소방 기준 신설을 통해 화재대응 능력을 제고하는 종합적인 안전강화 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우선 ESS용 대용량 배터리와 전력변환장치(PCS)를 안전관리 의무대상으로 지정하고 ESS 주요 구성품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한다. 배터리셀은 오는 8월부터 안전인증을 통해 생산공정상의 셀 결함발생을 예방하고 배터리 시스템은 안전확인 품목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ESS 설치기준은 옥내설치의 경우 용량을 총 600킬로와트시(kWh)로 제한하고 옥외 설치는 별도의 전용 건물 안에 설치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한다.

또 누전차단장치, 과전압 보호장치, 과전류 보호장치 등 전기적 충격에 대한 보호장치 설치도 의무화하고 이상징후가 탐지되면 관리자에게 통보 후 비상 정지하는 시스템을 갖춘다. ESS 설비 법정검사 주기는 현행 4년에서 1∼2년으로 단축, 내년 상반기까지 안전등급제 도입 등 맞춤형 안전관리를 시행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KS표준 제정, KC인증 강화 등 제품과 시스템 차원의 안전관리 강화와 소방기준 마련 등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책에 대해 모호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관련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사들의 경우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지 않았으면서 모호한 시장 상황 개선을 기대하고 있지만, 전력변환장치(PCS) 등 제조사의 경우 관리 대책에 대한 표현이 모호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사 입장에서 대해서도 “표준이나 설치기준 강화 등이 전반적인 비용 증가로 연결돼 업체의 수익성은 다소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면서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