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손병석 코레일 사장 "철도 안전, 기본부터 다시 세울 것"
[창간특집] 손병석 코레일 사장 "철도 안전, 기본부터 다시 세울 것"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9.06.07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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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신뢰 회복 위해 현장 구석구석 직접 확인
관리체계 강화·투자 확대·의식 개혁 집중
이용자·작업자 안전 포괄 종합대책 마련 중
손병석 사장(가운데)이 지난달 5일 충북 영동 경부고속선 심야전차선 유지보수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사진=코레일)
손병석 사장(가운데)이 지난달 5일 충북 영동 경부고속선 심야전차선 유지보수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사진=코레일)

누가 와도 쉽지 않았을 자리에 손병석 사장 그가 있다. 그래서일까? 취임식을 본사가 아닌 철도 차량정비 현장에서 여는 이색 행보를 보인 데 이어 철도 현장 구석구석을 발로 뛰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국민적 신뢰 회복을 위해 철도 안전을 기본부터 다시 세우겠다"는 그는 관리체계 강화와 투자 확대, 의식 개혁을 필수 요소로 꼽았다. 이를 바탕으로 철도 이용자는 물론 작업자 안전까지 확보할 수 있는 종합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안전 철도' 밑그림 그리기에 여념 없는 손병석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사장. 그의 도화지를 살짝 들춰봤다.<편집자주>

Q 취임 초기부터 지금까지 철도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셨다. 어떤 점에 초점을 두고 현장을 확인했나?

철도 제1의 사명인 '안전'에 대한 기본을 다시 세우겠다는 마음으로 전국 철도 현장을 집무실 삼아 발로 뛰고 있다.
우선 지난해 잇따라 발생한 사고로 인해 훼손된 안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을 경영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오송역과 강릉역 등 사고 현장을 둘러봤다. 직접 눈으로 살펴보고 실제로 작업하는 분들의 목소리로 재구성된 사고의 현장은 더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어떤 부분이 문제였고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며 해결방안을 함께 풀어가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을 슬기롭게 해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과정을 차근차근 밟고 있다.
앞으로도 전국의 현장을 구석구석 다니며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고 함께 대안을 찾겠다. 전 임직원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모든 업무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는 안전문화를 만들겠다.

Q 철도 안전을 획기적으로 향상하기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에는 어떤 것이 있다고 보는가?

철도 안전을 향상하려면 안전관리체계의 강화와 더불어 안전투자 예산 집행, 의식 개혁이라는 세 가지 축이 모두 필요하다.
우선, 안전 최우선 경영체제를 목표로 예방 중심의 능동적 과학적 안전관리체계를 확립하겠다. 사고 수습에 치우쳤던 안전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고 발생을 예측하고 이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겠다.
둘째, 철도 인프라 개선을 위한 안전 투자 확대에 대해 관계기관을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 차량을 더 엄밀하게 정비하기 위한 최신 장비와 고급인력, 최신 안전 기술이 도입된 신규 차량과 부품, 그리고 이를 빈틈없이 유지 보수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구축하기 위해 관련 근거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철도공단과 철도시설안전합동혁신단을 출범시킨 것처럼 철도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철도 현장을 중심으로 안전의식과 문화를 내재화하겠다. 안전이 자연스럽게 생활이 되고 습관이 되도록 하겠다.

손병석 사장(왼쪽 첫번째)이 지난 4월30일 새벽 경부선 전의역과 전동역 사이 선로 유지보수작업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코레일)
손병석 사장(왼쪽 첫번째)이 지난 4월30일 새벽 경부선 전의역과 전동역 사이 선로 유지보수작업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코레일)

Q 철도 안전 강화를 위해 첨단 관리·점검시스템 확대 등 기술적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떤 견해와 계획을 갖고 있나?

안전을 사람의 의지에 맡기는 것은 구조적 해답이 될 수 없다. 첨단 과학기술에 기반해 안전관리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고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확고히 구축해 예방적 안전관리체계의 근간을 지켜야 한다.
이를 위해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분석 등 4차 산업혁명 기반의 신기술을 적용해 철도 안전을 위협하는 근본 원인을 분석·감시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스마트 안전관리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노후 시설 개량, 새로운 차량과 유지보수 장비 구입 등 안전 기술에 대한 중장기 투자 계획을 마련해 유지보수 과학화에 주력하고, 사람이 가진 신체·정신적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휴먼에러를 막기 위해서 외부 전문가와 고객의 관점에서 위험 요인을 찾아 개선하는 등 사전 예방적 안전관리 체계를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Q '심야 선로 유지보수 작업'과 관련해 열차 운행을 일부 줄이더라도 충분한 작업 시간을 확보하겠다고 하셨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웠나?

열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차선 점검이나 레일 정비와 같은 작업은 열차가 다니지 않는 심야에 매일같이 수행해야 한다.
코레일은 철도시설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하루 3시간30분 이상은 '기본 선로 작업 시간'으로 정하고 유지보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복선화 공사 진행 구간이나 열차 운행이 많은 시·종착역 인근 등 일부 구간에서는 작업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는 실정(총 955개 작업구간 중 약 65개소에서 기본선로 작업 시간 약간 부족)이다.
올해 말까지 29개 구간, 단선 구간 복선화 공사가 마무리되는 2021년까지 27개 구간에 기본 선로 작업 시간을 확보하겠다.
특히, 열차 운행횟수가 많은 수도권 지역에서는 심야시간대 시·종착 열차 시간을 일부 조정해 기본 선로 작업 시간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더욱 안정적으로 시설물을 관리할 계획이다. 
다만, 이런 계획을 추진함에 있어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하는 등 국민의 철도교통 이용에 불편이 발생치 않도록 꼼꼼히 챙기겠다.

손병석 사장이 지난달 11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평내차량기지에서 ITX-청춘 냉방장치 정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코레일)
손병석 사장이 지난달 11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평내차량기지에서 ITX-청춘 냉방장치 정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코레일)

Q 철도 안전과 관련해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전은 철도의 기본이다. 국민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부 정책에 발맞추고, 코레일의 핵심가치인 안전을 실현해 나가기 위해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
우선 그간의 문제점과 부족한 부분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객관적 의견과 감사원 감사 결과 등을 반영한 특단의 종합 안전대책을 마련 중이다.
핵심 내용은 안전에 대한 패러다임을 재정립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안전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제도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특히 작업자의 안전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 철도장애 발생에 따른 국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실전과 같은 반복훈련을 추진해 비상시 대응 역량을 높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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