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노사 대립’에 발목 잡힌 車 산업…출구 없이 멈춰서나
[창간특집] ‘노사 대립’에 발목 잡힌 車 산업…출구 없이 멈춰서나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6.07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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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완성차업계 노사 갈등 골머리…미래차 생산·고용 문제도 대두
“실질적인 협상서 근본적인 고민해야”…정보 불균형 지적도 나와
부분 파업으로 작업이 멈춰있는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모습. (사진=르노삼성자동차)
부분 파업으로 작업이 멈춰있는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모습. (사진=르노삼성자동차)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생산·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자동차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완성차 업계는 노사 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자동차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노사갈등 현황을 살펴보고 각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친환경차 시대를 본격적으로 여는 등 격변의 시기를 맞았지만, 국내는 노사 갈등이 자동차 산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 노사 간 갈등은 매번 반복돼 왔다. 다만,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수요 감소와 성장 둔화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차에 대한 연구·개발(R&D)과 생산·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노사 갈등은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 환경에 직면한 형국이다.

◇극에 달하는 노사 갈등…한 치 양보 없는 대립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30일부터 노사 간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단협에 돌입했다. 노조는 △임금 12만3526원 인상 △당기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인원 충원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 측은 추석 전 타결이 목표라고 밝혔지만 관련업계에서는 타결이 쉽게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노조가 요구하는 인력 충원은 사측과 이견을 좁히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조는 오는 2025년까지 정년퇴직 등으로 인해 1만7500명의 인력감소가 예상돼 최소 1만명 가량의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사측은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한 산업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생산 필수인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는 노조의 요구의 경우, 지난 2013년부터 6년간 사측과 소송을 벌여온 사안이다. 법원은 지난 2015년 1·2심 판결 모두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남았다.

한국GM은 연구·개발(R&D) 신설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단체협약 승계 문제를 두고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노사 갈등이 해소된 것으로 여겨졌던 신설법인 이슈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4월 파업 등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고 사측이 교섭에서 진전된 안을 내놓지 않으면 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노사 간 접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현재 노사 간 대립이 가장 극심하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60차례 이상 부분파업을 벌여오며 사측과 임단협 관련 갈등을 겪어오고 있다.

그 사이 르노삼성은 부산공장 가동중단과 협력사의 손실 등이 발생했다. 또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던 북미 수출용 닛산 ‘로그’ 위탁생산 물량이 연간 10만대에서 6만대로 축소되면서 생산 절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또 르노 본사가 이탈리아·미국계 업체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로부터 합병 제안을 받고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르노삼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쏠리면서 앞으로 생산 물량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회사 관계자들이 현수막을 들고 본사 앞 노동조합 등의 집회에 반대하는 모습. (사진=이성은 기자)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회사 관계자들이 현수막을 들고 본사 앞 노동조합 등의 집회에 반대하는 모습. (사진=이성은 기자)

 ◇노조의 노력 필요…생산 효율성 높여야

전문가들은 국내 완성차 업계 노사 갈등이 앞으로 자동차 산업의 발목 잡을 수 있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사 갈등을 끝내고 힘을 모아 미래 자동차 산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 노동자들의 역할 축소가 불가피해 노조가 먼저 파업 등의 투쟁보다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철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현재 애걸복걸해야 하는 입장은 노조 쪽일 가능성이 높다”며 노조 측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조 본부장은 이어 “합리적인 방법은 노사 간에 머리를 맞대고 조정해 나갈 수 없을까 고민하는 게 우선이다”며 “앞으로 노사 관계에 있어서 노동자의 역할이 상당 부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떻게 보면 미래지향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사실은 노조 측에서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노동자의) 불안한 위상이 지속되는 형태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조 지도부 차원에서는 고민을 전혀 안 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실질적인 협상에서 (임금을) 더 올리고 말고의 문제보다 좀 더 근본적인 부분을 (노사가) 같이 고민할 수 있는 형태가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이미 노사 문화 관계에서 왜곡된 노조의 강력한 주장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자동차 생산에 부적합한 지역으로 이미 인식돼 있다”며 “단지 노동 생산성 보다는 조립의 기술이나 정밀도, 노하우 때문에 어느 정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자동차 회사는 이제 차량을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비스로 먹고 사는 회사로 전환해야 한다”며 “그런 상황에서는 차량의 절대적인 판매 대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미래차에 대한 전략을 위해서는 노조 측도 자동으로 퇴직하는 자연감소분을 받아들이면서 점차 생산성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노력하고 있어”…정보 불균형 지적도

노조 측은 노사 간 대화와 협력을 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안재원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은 노사 갈등에 대해 사측의 소통 부재를 지적하며 노조의 노력을 주장했다.

안 연구원장은 “르노삼성의 경우 약 10년 동안 회사가 이익이 나더라도 이익에 대한 보상이 없었다”며 “르노삼성 사장이 교섭에 나오지 않고 있었다”며 사측의 소통에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 등 글로벌 경제의 위기감에 따른 경기 하락을 노조 때문이라고 화살을 돌리고 있다고 본다”며 “다만 앞으로 미래차 문제에 대해선 노조가 노사 간 대화 하겠다 얘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차의 경우 인력이 줄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며 “노조도 노력을 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가운데 일각에선 사측의 일방적 데이터 제공에 따른 정보의 불균형과 자동차산업 전문가의 부재도 지적하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산업의 특징과 인력 문제를 전체적으로 아는 사람이 없다”며 “충분한 데이터도 없어서 노사가 만나서 의견이 틀리면 안 만난다는 식으로 서로 주장만 하니까 노사 갈등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