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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청년이 미래다③ 주 52시간이 바꾼 ‘삶의 질’
[창간특집] 청년이 미래다③ 주 52시간이 바꾼 ‘삶의 질’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9.06.09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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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존중 사회' 워라밸 현실화…상대적 박탈감 느끼기도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직장인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퇴근 시간이 빨라졌다. 평소 7시쯤 하던 퇴근이 6시로 당겨진 것. 무엇보다 상사의 눈치를 볼 일이 사라졌다. 주 40시간 근무를 철저히 지키라는 회사의 방침이 생겼기 때문이다. 저녁 시간이 한 시간 더 생긴 A씨는 취미 생활을 가지기 시작했다.

#직장인 B씨도 퇴근 시간이 빨라지며 가족과의 관계가 좋아졌다. 평소 잦은 야근 탓에 귀가 시간이 늦었는데 빨라진 퇴근으로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도입 전엔 볼 수 없었던 노동자들의 삶은 ‘주 52시간 근무제’로 확 바뀌었다.

근로시간이 줄고 개인 시간이 많아지면서 퇴근 후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어학 등 자기계발에 집중하는 노동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또 밤 늦도록 회식을 하기보다는 집에서 도수가 낮은 술을 가볍게 즐기는 ‘홈술족’도 증가하는 등 여가 생활을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 "달라진 기업 문화"…초과 근로시간 감소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를 기치로 ‘저녁이 있는 삶’과 ‘워라벨’을 구상하도록 하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전격 시행했다.

2018년 7월 1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 ‘주 52시간 근무제’는 최대 주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하고, 주당 최대 근로시간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26개 특례업종을 5개 업종으로 축소했다.

제도 시행은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르게 적용됐다.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50∼299인 기업과 5∼49인 기업은 각각 2020년 1월 1일, 2021년 7월 1일부터 기준을 적용했다.

실제 300인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뒤 몇몇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초과 근로시간이 줄었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300인 이상 제조업 사업장의 상용직 근로자 1인당 초과 근로시간은 20시간으로, 작년 동월보다 0.7시간 줄었다.

가장 많이 줄어든 업종은 고무 및 플라스틱 제품 제조업으로, 이 업종에서는 1년  새 초과 근로시간이 9시간 넘게 줄었다. 또 비금속 광물제품과 식료품이나 음료를 만드는 업체도 7시간∼8시간 감소했다.

◇ 일부 기업, 상대적 박탈감에 ‘한숨’

이처럼 주 52시간제를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5개 특례업종 등 아직 주 52시간제가 도입되지 않은 사업장 등은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C씨는 “주 52시간제가 근로자 300명 이상의 회사에만 적용되다 보니 직원이 겨우 30명 정도에 불과한 중소기업은 워라밸과 거리가 멀다”며 “저녁이 있는 삶이 시작됐다는 기사를 보면 상대적 박탈감만 느낀다”고 말했다.

주 52시간제 시행에도 근로시간이 줄어든 것을 체감하지 못하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 업무 특성상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무임금 노동’을 감수하는 것이다.

직장인 D씨는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회사에선 빨리 퇴근하라고 하지만 업무량이 워낙 많아 회사에서 혼자 남거나 자택에서 일을 가지고 무임금 노동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노사간 명문화된 합의와 관련 규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아일보] 박고은 기자

gooeun_p@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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