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규제 늪에 빠진 ‘자율주행차’…“혁신 속도 내야”
[창간특집] 규제 늪에 빠진 ‘자율주행차’…“혁신 속도 내야”
  • 장민제 기자
  • 승인 2019.06.08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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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HS마킷, 2025년 100만대·2040년 3300만대 전망
현재 기술 경쟁력, 美 100점·中 85점· 韓 80점으로 ‘꼴찌’
(이미지=현대모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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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의 한 축인 자율주행은 자동차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올 중요 기술이다. 글로벌 기업과 정부들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도 자율주행 관련 발전 로드맵을 제시하고, 규제개혁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정부의 움직임이 굼뜨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자율주행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왜 대비해야 하는 걸까.<편집자주>

글로벌 기업들은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가속도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경쟁력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분야 선두업체인 구글의 웨이모는 작년 12월 자율주행차 상용 서비스 ‘웨이모 원’을 개시했고, GM은 올해 완전 자율주행차 양산 계획을 발표했다. 또 벤츠와 BMW는 운전자가 필요 없는 레벨4 완전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모빌리티 서비스 통합을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키로 했다.

국내에선 올해 초 현대자동차가 앞으로 5년 간 차량 전동화와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기술 등 스마트모빌리티 분야에 6조4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또 삼성전자를 비롯해 네이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도 관련 기술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통의 자동차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굵직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도 자율주행 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업계 전반의 이 같은 움직임은 ‘자율주행’이 4차 산업혁명의 주요 축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선 반도체를 비롯해 5세대(G) 이동통신, AI(인공지능) 등 다양한 최첨단 기술들이 융합돼야 한다.

특히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은 차의 소유개념과 활용수단 등 ‘자동차’에 대한 사소한 인식부터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운전업무에서 해방되면서 차량은 이동수단이자 하나의 콘텐츠 소비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동 중 영화나 TV를 본다든가, 책을 읽는 등의 활동이 가능해 문화 콘텐츠 산업의 확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 기존에 형성된 여객 화물 운송업도 자율주행의 등장으로 지각변동도 불가피하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도 보고서를 통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자율주행차의 판매량은 2021년 5만1000여대에서 2025년 100만대, 2040년 33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이 글로벌 수준보다 낮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자율주행 기술이 100점이라고 봤을 때, 중국은 85점, 우리나라는 80점에 그쳤다. 또 자율주행 산업 관련 기업의 연구개발(R&D)와 제품 상용화, 산학연 협력, 스타트업 창업 수준 등으로 매겨지는 ‘혁신성장역량’ 점수도 2.72점으로 ‘미흡’을 기록했다.

(이미지=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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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 발전 막아…연구개발 세액공제율 높여야” 

업계에선 정부의 규제가 자율주행 기술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내다본다. 우선 자율주행차를 만들어도 국내에선 검증할 수 있는 도로조차 마땅치 않아 기술고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6년 9월부터 ‘드론 및 자율주행차 규제혁신 방안’을 통해 자율주행자동차 시험운행 허가 구역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 어린이 보호구역 등을 제외하고 전국 모든 도로에서 시험 운행을 가능토록 했다. 그러나 곽수진 자동차부품연구원 차량통신기술연구팀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제2회 자동차산업 발전포럼’에서 ‘노인·어린이보호구역 등에서 주행이 금지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도심에서 거의 1km마다 (자율차가) 주행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기업의 R&D 투자비에 대한 낮은 세액공제율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김준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실장은 “기술 개발을 위해선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R&D 투자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정부도 자율주행 산업 지원에 나선 상황이다.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11월 자율주행차분야 선제적 규제혁파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신기술 전개양상을 미리 내다보고 예상 규제이슈를 미리 정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올해 4월 국회에선 그간 제출된 ‘자율주행 관련 개정안’들의 대안(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미지=현대모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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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전기차 산업 지각변동…정부 빠른 대응 필요

업계는 정부가 좀 더 과감히 움직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서 국회를 통과한 ‘자율주행 관련 법안’에 대해 “잘한 부분은 있지만, 임시로 규제를 풀어주는 규제 샌드박스 형태”라며 “자율주행차를 만들어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선 자동차관리법부터 도로교통법 등 전반적인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법 개정을 통한 시장 조성이 정부의 역할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뛰어들어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나설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전장부품 판매도 가능하고, 네이버 등 대기업들은 기술투자를 부담할 여력이 있다”며 “하지만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등이 자율주행차 분야에 뛰어들거나 다각화 하려는 경우, 투자금을 4~5년 안에 환수해야 한다. 그러나 규제가 풀리지 않아 (환수)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자율주행과 전기차 시대의 도래로 자동차 산업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한 만큼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테슬라가 1년에 수 백 만대 (전기차를) 만들 능력이 있다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무너지게 된다”며 “내연차가 1만개 부품으로 제작된다면 전기차는 5000~6000개 부품이면 된다. 그 정도의 (자동차 부품) 기업들이 문을 닫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규제 해소가 돼야 업종전환 또는 신사업 활성화를 모색할 수 있다”며 “규제 때문에 투자가 일어나지 않고 투자가 없으니 전문 인력도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산업부의 ‘2025 산업기술 인력 수요 전망’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자율주행차 분야의 필요 인력 수는 9000명에 달한다. 그러나 정부의 ‘미래차 분야 석·박사급 핵심 인력 양성 사업 계획’에선 내년 10개 대학에서 배출될 인력 수는 약 200명에 그친다.

이 관계자는 “솔직히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을 추진해봐야 (투자액수는) 현대차의 2~3% 밖에 안 된다”며 “민간기업 전체로 보면 훨씬 격차가 크다. 민간이 움직일 수 있게 빠른 규제완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jangsta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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