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성장률은 움츠러들고 있지만, 반등을 꾀할 역군인 국내 기업들도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각 산업을 이끌어 가는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불황이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노동조합과 갈등의 골을 좁히지 못해 뒤따를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사료되기 때문이다.
한 발자국 떨어져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야할 때다. 손에 쥔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 수 있는 당사자는 결국 노사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실타래를 풀려면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떠올려야겠다.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기업들은 사이좋게 양날의 칼을 손에 쥐고 있는 형국이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의 증가율인 경제성장률은 한 달 전 발표된 속보치보다 -0.1%포인트(p) 더 하락한 -0.4%로 수정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수치다.
같은 기간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전기 대비 -0.3%를 기록하면서 3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들은 현재 노사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회사 물적분할의 주주총회 가결을 두고 대립각은 여전하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까지 나서 갈등의 배경인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두고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지만, 노조 측은 본사의 생산공장 전락과 불안정한 고용을 지적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임금 및 단체협상’을 두고 노조는 전면파업을 선언했고, 사측은 교섭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네이버도 같은 사안을 두고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네이버는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직접 나서 노조와 담판을 짓겠다고 나섰다. 이해진 GIO는 조만간 노조의 토론을 네이버 생중계를 통해 직원들에게 공개할 의향도 내비쳤다.
이를 두고 노사 간 따져볼 수 있는 득실과 관련한 해석은 다양하다.
우선, 노사 간 고용환경에 대한 갈등이 깊어질수록 경기 불황이 이어질 가능성은 커질 수 있고, 결국 노사가 가져갈 수 있는 이득은 적어질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본의 경우, 지난 1975년 석유 위기를 고비로 노사 갈등이 잦아지면서 장기 불황에 빠지자 일본 내에선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실제 일본은 노동쟁의가 가장 많던 1974년엔 한해 1만건이 넘는 노동쟁의가 발생했지만, 40여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발생한 노동쟁의는 75건으로 줄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2009년 파산 신청이 떠오른다. 당시 GM 근로자들이 속한 전미자동차노조(UAW)는 매년 실질임금 인상과 의료비 확대 지급을 요구하면서 공장 가동률 80% 이상 유지와 해고 시 5년간 평균임금의 95%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GM의 여러 공장은 이미 폐업했고 수많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어야 했다. 9만명에 달하던 GM 근로자는 6만9000명으로 줄었고 47개 생산 공장을 31개로 축소됐다.
반면, 한국의 경우 시각을 달리하면 자유무역 축소와 국가 위상 실추가 우려될 수 있다. 노사 갈등이 지속될수록 기업과 국가 경쟁력은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말 우리 정부에 노동자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다며 정부 간 협의를 공식 요청했다. 우리나라가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게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는 설명이다.
EU는 우리나라와의 FTA는 재화와 서비스의 교역뿐만 아니라 노동자 권리에 대한 조치가 포함되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당장 핵심 협약을 비준하지 않더라도 경제적 제재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자유무역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기업의 노사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시간을 두고 한 발자국씩 떨어져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손에 쥔 양날의 칼은 자칫 상대가 아닌 스스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