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안 없는 환경규제에 위기 내몰린 철강업계
[기자수첩] 대안 없는 환경규제에 위기 내몰린 철강업계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6.0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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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가 대안 없는 규제로 인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철강업체에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내리면서 무리한 조치라는 지적과 함께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충남도는 지난달 30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블리더(Bleeder)라는 안전밸브를 개방해 무단 오염물질을 배출했다며 조업정치 10일 처분을 내렸다.

포스코 광양·포항제철소도 각각 같은 이유로 전남도와 경북도로부터 조업정지 10일을 사전 통보받고 청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이 같은 행정조치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는 철강업체들이 고로 정비·재가동 과정에서 대기오염방지설비가 없는 블리더를 통해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업계는 고로를 정비할 때 고로의 폭발을 방지하고 근로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블리더를 개방해야 하는 작업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블리더 개방 시 뿜어져 나오는 것은 대부분 수증기이지만 함께 배출되는 오염물질에 대해선 아직 공식 측정이나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세계철강협회는 블리더 개방에 대해 “배출되는 소량의 잔여가스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특별한 해결방안은 없다”며 “협회의 회원 철강사 어디도 배출량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 특정한 작업이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보고는 없다”고 밝혔다.

블리더 개방 이외에 또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지난 4일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20회 철의 날’ 행사에 참석해 “현재로서는 블리더를 개방하는 것 이외에 다른 기술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실에서도 지자체가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내리자 철강업계에서는 경제적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는 조업정지 기간이 4∼5일을 지나면 고로 안에 있는 쇳물이 굳어 고로 본체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재가동과 정상조업을 위해 3개월에서 최대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조업정지 10일로 인해 수개월 이상 조업이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철강은 산업의 기초소재다. ‘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철강 생산이 중단되면 조선, 자동차, 가전 등 각종 산업의 피해와 협력업체, 지역 경제에도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멈춰야 하는 건 고로가 아니라 당국의 ‘탁상행정’이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