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은행권, 미래먹거리 고민 해답은…‘금융한류’로 물꼬튼다
[창간특집] 은행권, 미래먹거리 고민 해답은…‘금융한류’로 물꼬튼다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9.06.0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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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금융혁신·M&A·신남방 진출로 활로 개척
 

국내 금융시장에서 수익성 한계에 도달한 시중은행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 초 각자의 방법으로 해결책을 제시한 가운데 올 상반기 동안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중은행은 정부의 신남방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동남아 금융시장 개척을 통해 수익성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해외지점 영토확장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금융회사들은 캄보디아와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남방 지역 국가에 해외점포를 신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신남방 진출은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한 IB투자은행 중심의 비은행부문 강화 전략과 현지법인 개설을 통해 해당국가의 금융시장에 진출하는 방향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주목하는 신남방 국가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에는 이미 4대 은행이 모두 진출한 상태다. 이처럼 앞 다퉈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 것은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예대마진이 한국보다 대략 3배나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올해 3월 기준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3.66%, 저축성 수신금리는 1.95%로 예대마진이 1.71%포인트에 불과하다. 반면 인도네시아 은행의 같은 달 기준 대출금리는 10.51%∼11.64%, 수신금리는 7∼8%로 예대마진이 통상 5%포인트나 된다.

더구나 인도네시아 인구 2억7000만명이 1만7000여개 섬에 흩어져 살다 보니 은행 접근성이 떨어져 성인 인구의 계좌보유율이 40% 안팎에 불과하다.

또 인도네시아 정부가 건전성 강화를 위해 은행 개수를 대폭 줄이고자, 합병이나 지분 인수를 사실상 조건으로 내세워 해외은행 진입을 허용하는 것도 경쟁을 부추긴다.

인도네시아는 금산분리를 하지 않아 은행이 100여개, 지방 소형은행이 1600여개에 이른다.

베트남의 경우 국내 시중은행들이 가장 많이 해외지점을 오픈한 국가로 금융한류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4대 시중은행 중 신한·KB국민·우리은행이 베트남에 신규지점을 오픈하거나, 오픈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3개 은행이 올해 오픈하거나 오픈 예정인 베트남 신규지점은 8곳에 이른다.

올 들어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신규지점을 오픈했다.

하노이지점은 지난 2011년부터 영업 중인 호치민지점에 이은 베트남 내 두 번째 지점으로, 최근 베트남의 개발 및 투자, 한국기업 진출이 집중되고 있는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또 KB국민은행은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에 특화된 디지털뱅킹모델을 개발 중이며 이를 기반으로 현지 리테일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3월 베트남 북부 하남 공단지역에 현지 지점을 개설했다.

이로써 우리은행의 베트남 현지 지점은 8개에서 9개로 늘었다.

우리은행은 해당지점에서 기업금융은 물론 직장인 신용대출, 부동산 담보대출, 신용카드 발급 등 다양한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기존에 베트남 지역에서 30개의 지점을 운영하며 가장 활발하게 영업을 펼치고 있는 신한은행도 올해 베트남에 추가로 6개가량의 지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농협금융지주 역시 베트남 최대은행이자 농협금융의 현지 파트너사인 아그리뱅크에 대한 지분 투자를 검토 중이며 올해 농협은행은 호치민 사무소 지점 전환을 추진 중이다.

베트남은 풍부한 노동력, 정치적 안정성, 적극적 투자유지 정책, 내수시장 잠재력 등을 기반으로 매년 6% 이상의 경제 성장률과 1억 명에 가까운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데 반해 은행 이용률은 낮아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이어서 국내은행이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이 금융혁신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 역시 신남방 소비자금융 공략에 주요한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다.

◇디지털 뱅킹으로 장벽 허물어

주요 시중은행들은 신남방 진출을 전략 확대를 위해 현지법인의 모바일 채널 등 디지털 뱅킹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현지법인인 신한인도네시아는 올해 상반기에는 신한 쏠(SOL)을 인도네시아 현지에 적합하게 업그레이드 한 새로운 모바일 뱅킹을 출시할 예정이고, 하반기에는 영업점 방문 없이 계좌를 신규 할 수 있는 비대면 계좌신규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국민은행도 캄보디아 파이페이(Pi pay)와 업무협약을 맺고 다양한 디지털금융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캄보디아 현지 디지털 뱅킹 플랫폼인 리브KB캄보디아는 이번 제휴를 통해 파이페이와 가맹점 망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어 모바일 결제의 편의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에도 특화된 디지털 뱅킹을 개발해 소매금융 시장으로 진출을 계획 중이다.

우리은행은 2014년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 2018년 WB 파이낸스를 각각 인수해 2개의 법인을 운영 중이며, 글로벌 네트워크는 캄보디아 126개를 포함해 총 430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차량공유업체 Grab(그랩)의 캄보디아 법인과 그랩 운전자를 대상으로 금융상품을 제공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아시아 진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캄보디아 법인인 WB파이낸스 및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와 Grab 캄보디아는 제휴를 통해 그랩 드라이버를 위한 저금리 대출 상품 출시하기로 하는 등 그랩 드라이버를 위한 금융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멤버스 대만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KEB하나은행과 하나카드 고객은 대만 방문 시 별도 환전 없이도 대만 면세점 에버리치(Everrich)와 자판기 및 야시장 내 가맹점 등에서 하나머니로 1회 600달러까지 결제할 수 있다.

글로벌과 디지털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밝힌 하나금융은 이번 대만결제 시범서비스 오픈을 시작으로 GLN 사업을 태국, 일본, 베트남 등 해외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김정태 회장은 "하나금융이 수년간 준비한 글로벌 핀테크 사업인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GLN) 사업 일환으로 이번 GLN 사업으로 한국 주도 글로벌 페이먼트 허브를 구축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비은행 M&A 승부수

최근 주요 금융지주들이 은행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탈피하고 비은행권 사업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앞 다퉈 금융 계열사 인수·합병(M&A)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은행 위주의 이익 창출에 의존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비은행권 계열사 인수를 통한 수익구조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지주는 M&A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 행보를 보이며 증권·보험·카드 등 비은행부문의 기업인수·합병(M&A)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출범 3개월 만에 첫 M&A 신호탄을 알렸다.

우리금융은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자산운용사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중국 안방보험그룹과 동양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덩치가 큰 증권사와 보험사 M&A에 나서기 전에 우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사 위주로 인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그룹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번 인수로 자산 부문은 기존 97.0%에서 93.5%로 순이익 부문에서는 93.2%에서 92.9%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롯데카드 우선협상대상자로 깜짝 등장하며 비은행 M&A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비록 MBK와 컨소시엄을 통해 20% 지분만 매입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모펀드인 MBK로부터 롯데카드 지분을 사들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리은행은 MBK와 컨소시엄으로 참여함으로서 롯데지주 등이 보유하고 있는 롯데카드 지분 100% 가운데 MBK가 60%, 우리은행이 20%를 갖게 된다.

롯데그룹은 나머지 지분 20%를 보유해 롯데카드와 롯데그룹 유통계열사 간 다양한 제휴관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일단 우리금융은 재무적 투자자로서 참여할 예정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우리금융이 결국에는 MBK로부터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해외 투자설명회(IR)를 다녀온 손태승 회장이 M&A에 전력투구할 뜻을 밝히면서 우리금융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증권사와 보험사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우리금융지주는 자회사로 우리은행, 우리FIS,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우리PE자산운용 등 6개사를, 손자회사로는 우리카드, 우리종금 등 2개사를 두고 있다.

한편 최근 우리금융은 KDB산업은행으로부터 KDB생명 인수를 제안 받았지만, 실적이 좋지 않고 가격도 높아 인수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과 아시아신탁을 인수하면서 비은행권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 1월 자회사 편입을 마무리한 오렌지라이프와 기존 보험 계열사인 신한생명의 통합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은 지난 3월 공동경영위원회를 통해 각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상품부터 개편해 중복되는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지배구조 경쟁력 변화해야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의 경우 은행과 카드사의 높은 경쟁력과 캐피탈, 증권, 손보사 인수 및 100% 자회사 편입도 완료했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한 생보사 인수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국내 생명사 보다는 외국계 인수에 적극적일 전망이라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외환은행 인수 후 은행통합에 집중하면서 은행 외 자회사 경쟁력 확보가 부진한데 2025년 비은행계열사 이익 비중 30% 확대를 위해 모든 분야의 M&A가 필요하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특히 하나대투의 대주주적격성 통과 이후 적극적인 M&A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급여력이 강화된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금융회사의 자본확충 부담은 가중되는 반면 경기둔화와 시장금리 하락으로 갈수록 이자이익은 정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M&A가 필수요인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자금력을 보유한 금융지주사는 M&A의 주체가 될 수밖에 없으며 계열사 중 은행이 차지하는 앞도적인 비중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도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 중 은행비중은 무려 77%에 달하며 이는 글로벌 주요 국가와 동일기준으로 비교해 봐도 금융개방이 낮은 중국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금융지주의 이익다변화와 자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M&A의 중요성은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hyun1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