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웅열 전 회장, 인보사 사태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자수첩] 이웅열 전 회장, 인보사 사태서 자유로울 수 없다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6.0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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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약업계를 뒤흔든 화두는 ‘인보사케이주’(인보사)였다. 국내에선 물론 세계에서도 첫 허가를 받은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이니 세간의 관심은 당연한 듯했다. 관심을 입증하듯 지난 2017년 국내 판매허가 승인이 난 지 1년4개월여 만에 3700명이 인보사를 투약했다.

‘꿈의 신약’으로 불렸던 인보사가 다시금 관심을 모은 것은 지난달 28일이었다. 주사액의 주성분이 당초 기재된 것과 달리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최종 확인되면서다.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성분이 바뀐 사실을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이를 숨기고 허위로 서류를 제출했다면서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하고 인보사에 대한 품목허가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식약처 발표가 있고 난 뒤 코오롱생명과학과 제조사 코오롱티슈진의 주가는 하락을 거듭해 거래가 중단됐다. 특히 코오롱티슈진은 현재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러자 이들 기업에 투자한 소액투자자들은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전 회장이 인보사를 ‘네 번째 자식’이라고 칭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쏟았는데 주성분이 허위였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 전 회장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인보사를 낙점하고 지난 1999년부터 11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으며, 연구개발도 직접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랬던 그는 지난해 11월 돌연 퇴임을 발표했다. 일본 미츠비시 다나베사(社)로부터 2액에서 신장세포가 확인됐다는 공시를 받은 지 1년8개월 이후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담당자가 윗선으로 보고를 하지 않았다지만, 이 전 회장의 퇴임 시기만 놓고 본다면 그가 사태의 전말을 미리 알았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은 설득력을 얻는다. 나아가 인보사를 자식에 비유하고, 연구개발을 지휘했던 애정을 감안한다면 이 추측은 합리적이다.

이 전 회장은 퇴임 의사를 알린 서신에서 “20년만 코오롱의 운전대를 잡겠다고 다짐했었는데 3년의 시간이 더 지났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인보사 사태의 진실이 규명되려면 입을 열어야 하는 자는 ‘인보사 운전대’를 잡았던 이 전 회장이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