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무런 이유 없이 불특정 다수를 공격하는 범죄인 이른바 ‘묻지마 범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다양화되고 있다. 이는 가족의 해체, 사회적 양극화, 치열한 경쟁사회가 주는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라고 한다.
영화 ‘악인전’(감독 이원태)은 묻지마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조직폭력배 두목과 강력반 형사, 이들에게 쫓기는 연쇄살인범의 3각 구도를 흥미롭게 그렸다. 영화는 선(강력반 형사), 악(조직폭력배 두목), 최악(연쇄 살인범)을 대비시켜 선과 악의 상대성을 이야기한다.
연쇄살인범 K(김성규 분)의 표적이 돼 독이 오른 조직폭력배 두목 장동수(마동석 분)와 강력반 형사(김무열 분)는 연쇄살인범을 먼저 잡는 사람이 차지하는 조건으로 협조한다. 살인범의 표적이 됐던 조직폭력배 두목이 연쇄살인범을 잡는 것은 현행범 체포로 적법할까?
일반인이 사람을 체포하면 체포죄로 처벌된다. 범죄를 저지른 범인이라도 일반인은 체포할 수 없다. 다만, 현행범이나 준현행범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 일반인이 현행범을 체포한 때에는 즉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인도해야 한다.
현행범이란 범죄 실행중이거나 실행 직후인 사람을 말한다. 현행범을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게 한 이유는 긴급하게 체포할 필요성이 있고 범죄의 증거가 명백해 부당한 인권 침해가 발생할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준현행범이란 범죄 실행중이거나 실행 직후인 현행범인은 아니지만 현행범인으로 간주되는 사람을 말한다. 즉, 범인으로 호창돼 추적되고 있는 때, 장물이나 범죄에 사용됐다고 인정함에 충분한 흉기 기타의 물건을 소지하고 있는 때, 신체 또는 의복류에 현저한 증적이 있는 때, 누구임을 물음에 대해 도망하려 하는 때에 현행범으로 간주되는 준현행범이다.
범인으로 호창돼 추적되고 있을 때란 범인으로 지목돼 쫓기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장물이나 범죄에 사용됐다고 충분한 흉기 기타 물건을 소지하고 있을 때란 사람에게 상해를 가한 피 묻은 칼 등을 소지하고 있는 경우 등을 말한다.
신체 또는 의복류에 헌저한 증적이 있는 때란 강도상해죄나 상해죄 등을 저질러 옷에 피해자의 피로 보이는 피가 묻어 있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누구임을 물음에 대해 도망하려는 때는 경찰관의 불심검문에 불응하고 도주하려는 경우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조직폭력배 두목 장동수가 연쇄살인범 K가 조직폭력배 두목 장동수를 공격할 때, 범죄 실행 중이므로 장동수는 K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 그러나 범죄를 종료하고 며칠이 지난 K는 현행범이 아니므로 장동수는 K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없다.
장동수가 K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이 적법하더라도 즉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인도해야 한다. 장동수가 현행범인 아닌 K를 체포, 감금하는 것은 체포, 감금죄에 해당하고, 나아가 K에게 폭행과 상해를 가한 것은 중체포,감금죄 혹은 살인미수죄가 성립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강력반 형사가 연쇄살인범 K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이 아니라 긴급체포한다. 이는 K가 살인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살인범죄를 범한 직후에 체포된 것이 아니라 살인범죄를 범하고 한참 지난 후에 체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