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노동자 보호? 밥그릇 싸움?…타워크레인 파업 '엇갈린 시각'
[긴급진단] 노동자 보호? 밥그릇 싸움?…타워크레인 파업 '엇갈린 시각'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9.06.0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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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한국노총, 전국 2500여대 무기한 작업 중단
無人소형크레인 관련 안전문제·일감 축소 논란
타워크레인 파업 현장.(사진=건설노조 홈페이지)
타워크레인 파업 현장.(사진=건설노조 홈페이지)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노조가 임금 인상과 소형타워크레인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나서면서 전국 건설 현장 타워크레인 2500여대가 작업을 중단했다. 노조는 특히 무인 조종 방식으로 작동하는 소형타워크레인이 사고가 잦음에도 제도적 안전장치가 미비하다며 정부가 이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는 노조가 임단협의 물꼬를 트기 위한 파업의 당위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일감을 지키기 위해 무인 소형타워크레인 카드를 들고나온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4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따르면, 이들 양대 노총 소속 타워크레인노조가 전국 건설 현장에서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소속 전국건설노동조합(이하 건설노조)은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3일 오후 5시부터 전국 1500여대 타워크레인을 점거하고 고공농성을 시작했음을 알렸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원들이 점거한 타워크레인까지 더하면 이번 파업에서 작동을 멈춘 타워크레인은 2500여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파업에 나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는 지난 4월부터 사용자 측과 단체협약을 위한 교섭을 진행해왔지만, 임금 인상과 노동환경 개선 등 주요 사안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다른 하나는 정부가 소형타워크레인 안전 대책을 서둘러 내놓을 수 있도록 압박하려는 목적이다. 타워크레인노조는 소형타워크레인에 명확한 제원 기준이 없고, 20시간 교육만 받으면 전문 자격자가 아니라도 운전할 수 있는 운영 구조를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7년11월에 내놓은 '타워크레인 중대 재해 예방 대책' 일환으로 소형타워크레인 규격을 제한하고, 안전기준 및 면허 취득 조건을 강화하는 등 안전대책을 조속히 마련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정부와 노조에 따르면, 소형타워크레인 관련 대책은 이르면 이달 완성될 예정이다.

그러나 건설노조 타워크레인 분과위는 지난 3일 오후 국토부와 소형타워크레인 문제를 두고 교섭했으나 국토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6월 중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는 말로 넘어갔다며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타워크레인 노조가 임금을 올리고, 일거리를 지키는 수단으로 소형타워크레인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비판적 분석을 하기도 한다. 무인 조종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는 특성상 소형타워크레인 이용이 활성화할 수록 대형타워크레인 운전기사들의 일감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무인타워크레인이 늘어나면 기존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일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이번 파업을 '밥그릇 지키기'로 비판하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며 "타워크레인노조는 이번 뿐만이 아니라 지속해서 소형크레인을 문제로 지적해 왔다"고 말했다.

다만 소형타워크레인에서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등 안전상 문제가 있다는 점은 정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타워크레인 파업 현장.(사진=건설노조 홈페이지)
타워크레인 파업 현장.(사진=건설노조 홈페이지)

한편, 이번 파업으로 전국 건설 현장은 공사 진행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게 됐다.

서울 마포구에 현장을 가지고 있는 A 건설사 관계자는 "마포 현장에 있는 총 8개 타워크레인 중 6개가 작업을 멈춘 상태고, 다른 현장도 상황이 비슷한 것으로 안다"며 "오늘이 파업 첫날이라 어느 정도 피해가 있을지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일단 노조에서 작업을 멈춘 타워크레인에 대해서는 건설사가 대체 인력을 투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해당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사용자가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