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카레오' 유시민-홍준표, 사안마다 격돌… "탄핵 잊어버리자"
'홍카레오' 유시민-홍준표, 사안마다 격돌… "탄핵 잊어버리자"
  • 허인 기자
  • 승인 2019.06.0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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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가지 주제 놓고 160여분간 열띤 논쟁
홍준표 "대통령이 갈등 키워… 시장통 경기 꽝꽝 얼어붙어"
유시민 "말도 안되는 주장까지 안아야하나… 올바른 방향"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오른쪽)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3일 유튜브 공동방송을 통해 공개 '토론배틀'을 벌였다. 사진은 이날 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녹화영상캡처.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오른쪽)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3일 유튜브 공동방송을 통해 공개 '토론배틀'을 벌였다. 사진은 이날 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녹화영상캡처.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3일 유튜브 합동방송 '홍카x레오'에서 10가지 주제를 두고 160여분 간 열띤 논쟁을 벌였다. 

유 이사장과 홍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녹화한 방송을 오후 10시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와 'TV홍카콜라'를 통해 동시에 공개했다.

두 사람은 이날 토론에서 △ 보수와 진보 △ 한반도 안보 △ 리더십 △ 패스트트랙 △ 정치 △ 민생경제 △ 양극화 △ 갈등과 분열 △ 뉴스메이커 △ 노동개혁 등의 주제에 대해 차례로 입장을 밝히며 토론했다. 

유 이사장과 홍 전 대표는 사안마다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우선 홍 전 대표가 문 대통령이 갈등을 키운다며 "퇴임 후가 안전하겠나"라고 비판하자 유 이사장이 "정말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국민까지 대통령이 껴안아야 하느냐"고 맞받아쳤다. 

또 홍 전 대표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한 '독재자의 후예' 발언을 언급하며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들이 이제 서로 증오하는 단계까지 왔다"며 "대통령은 자기 진영의 대통령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예컨대 5·18 민주화 운동에서 북한 특수부대가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까지 껴안는 것이 대한민국 민주 대통령의 의무냐"라고 반박했다. 

특히 두 사람은 경제 문제에서 가장 강하게 공방을 벌였다. 

유 이사장은 문재인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빨리 성과가 나오려면 더 힘있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홍 전 대표는 "시장통 경기가 꽝꽝 얼어붙었다"며 "서민 경제가 이런 상황인데 더 밀어붙여야 한다고 하면 이 정권에 가망이 없다고 본다. 내년 선거는 우리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비아냥거렸다. 

또 홍 전 대표는 "이런 식으로 국가채무를 증대해서 퍼주기 복지에 사용하다가 (임기가 끝나) 나가버리면 그뿐"이라며 "후임 (대통령)이 들어와서 파탄 지경에 이른 국가재정을 안고 어떻게 나라를 운영하라는거냐"고 비판했다. 

그러자 유 이사장은 "채무가 있으면 자산도 있다"며 "항상 양쪽이 있는데 채무액만 부풀려서 무슨 큰일이 날 것처럼 말하는데, (채무) 증가속도가 빠르던 보수정부 시절에는 그 얘기를 안해놓고 왜 이제 와서 그런 얘기를 하느냐"고 반문했다.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두고도 시각차를 보였다. 

유 이사장은 "체제 안전이 다른 방법으로 보장된다면 북한이 굳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지금도 북한 권력층을 완전 비이성적이고 괴물 같은 집단으로 보면 해법이 없다"고 했다.

반면 홍 전 대표는 "이런 체제가 보장의 가치가 있는 체제인가"라며 "핵을 포기하는 순간 김정은 체제는 바로 무너진다"면서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국 최대 현안인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놓고도 뚜렷한 입장차를 나타냈다.

홍 전 대표는 "군소정당을 위한 제도이지 민의에 부합하는 제도는 아니다"며 "민의에 부합하는 선거제도가 좋은 선거제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87년 체제가 등장한 후 게임의 룰(선거법)에 관한 것은 언제나 여야 협상을 했다. 바른미래당은 위선정당"이라고 비판했다.

홍 전 대표는 또 "패스트트랙에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 올라가 있는 것도 잘못"이라며 "검찰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만 확보해주면 되는데, 검찰을 충견처럼 부리다 그 위에 하나 또 만들겠다는 것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유 이사장은 "거대 양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선거제를 30년 넘게 했는데 만족도가 낮다"면서 "서로 협의해서 바꿔볼 필요가 있는데, 한국당 빼고 다 동의가 됐다. 패스트트랙에 올린 것이 의결한 것은 아니므로 지금부터 협상을 해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두 사람은 야권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데 묘한 공감대를 이루기도 했다. 

유 이사장은 "여야, 보수, 좌우, 진보가 균형을 이뤄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가 나오는데, 지금 야권의 리더십이 이렇게 가도 되느냐"며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리더십 스타일이 몇십년 전에 흔히 보이던 스타일이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이에 홍 전 대표는 "한국 보수 우파 진영이 궤멸 상태까지 오게 된 배경은 탄핵"이라며 "이제 탄핵 때 어떻게 했다고 논쟁하지 말고 잊어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한민국을 어떻게 하면 잘 만들어갈 수 있느냐고 문재인정부에 따지고, 잘하는 건 협조해줘야 한다"며 "이렇게 안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홍 전 대표는 황 대표에 대한 언급을 애써 피하는 듯 했다. 

한편, 두 사람은 향후 거취에 대한 이야기도 주고 받았다. 

홍 전 대표는 유 이사장의 정계복귀설에 대해 "내가 보기에는 100% 들어온다"고 했다.

유 이사장이 "그런 일은 절대 없다"고 하자 홍 전 대표는 "절대는 스님 담뱃대"라고 받아치며 웃기도 했다. 

홍 전 대표는 유 이사장에게 "10년 전보다 깐죽거림도 없어지고 많이 유해졌다"고 했고, 유 이사장은 홍 전 대표에게 "모서리를 조금만 다듬었으면 좋겠다. 불펜이 아니라 관중석으로 올라와서 저하고 낚시도 다니고 그러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i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