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세평] 2019년 유럽의회선거, 새로운 통합의 시작
[신아세평] 2019년 유럽의회선거, 새로운 통합의 시작
  • 신아일보
  • 승인 2019.06.0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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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서 EU정책연구소 원장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실시된 의원 751명을 선출하는 유럽의회 선거 결과 3개의 극우정당들은 현재 의석수 154석보다 17석을 늘린 171석을 얻었다. 이 결과는 유럽통합에 반대하며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극우정당이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고 보기에는 중도좌파 성향의 녹색당(Greens) 계열의 약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다.

한편, 그동안 연정을 통해 유럽의회를 40년간 지배해온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과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진보동맹(S&D)의 의석수는 326석을 얻는데 그쳐서 과반체제(376석)가 무너졌다. 따라서 이들이 EU 정치권에 대한 지배력 유지와 극우정당들의 반(反)유럽통합 저지를 위해서는 자유민주동맹(ALDE)과 같은 당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친EU성향인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전진하는 공화국(LREM)’이 포함된 중도의 자유민주동맹은 68석에서 101석으로 의석수가 크게 늘어났다. 이런 결과는 2014년 42.61%에서 이번 50.95%라는 역대 최고 투표율에 기인한 바가 크다. 또한 극우정당들의 정책들을 중도우파와 중도좌파정당들이 대부분 수용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에 언론의 예상보다는 큰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했지만 극우정당은 유럽의회 의석의 4분의1(22.8%)을 차지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공간을 초월해 회원국가 내외의 유권자들이 극우정당을 지지하는 다양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의 다양함은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행위자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행위자인 극우정당들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개인적 불안감을 이용해서 정치시스템의 주변부를 작동시킬 기회를 가진 것이다. 즉 사회적 불만족이 현재 유럽의 모든 사회에 퍼져 있기 때문에 극우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상승하는 것이다.

극우정당들의 성장은 현재의 정치시스템 안에서 다른 정당들, 특히 중도좌파, 중도우파와 어떻게 경쟁하고 어떤 식으로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의제를 만드느냐와 관련이 있다.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의제를 만든다는 것은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행위이다. 극우정당들은 이데올로기에 기반을 둔 그들의 배제정책들을 정당화하는 능력을 키워왔다. 특히 서유럽의 극우정당들은 과거 선거를 통해 여타 정당들과 보다 잘 경쟁할 수 있는 장치가 무엇인지를 학습했다. 가장 큰 학습효과는 극우정당들이 기존 집권당 지지자들에게 침투하는 능력을 키운 것이다.

극우정당들이 내세우는 반이민정책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이는 국가주권과 이민문제를 결합시킴으로써 사회문화적 공포와 불안감을 해소하겠다는 포퓰리즘 전략 중 하나다. 1990년대 이래로 반이민정책을 주장하는 극우정당들은 주류 정당들의 이민정책에 영향을 끼쳤다.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의 극우정당의 약진은 주류 정당들이 주권에 대한 강조와 반엘리트주의, 이민제한정책을 강조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2017년 유럽에서 치러진 다양한 선거에서는 주류 정당들의 반이민정책 표어가 상당히 강화되었다. 이처럼 극우정당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주류 정당들의 합법적 반이민정책이 다시 극우정당들로 하여금 주류 정당들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끔 만든 것이다. 또한 중도우파와 중도좌파정당들이 극우정당들의 정책들을 대부분 수용해 반이민정책에서 교집합이 커진 것은 극우정당의 지지율이 급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게 한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 있어서 국가제도에 대한 불만이 극우정당 지지로 이어질 것이란 시각이 상당했던 것도 사실이며, 이민자들과의 경쟁에 의한 실업 우려가 극우정당 선택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는 경제침체와 실업률이 극우정당 지지도 상승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럽의 복지제도와 노동시장제도 등이 아직 견고하기 때문이고 유럽통합이 멈추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다.

“가라앉지 않으려면 헤엄을 쳐야한다”는 격언을 떠오르게 하는 2019년 유럽의회 선거결과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