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상륙 ‘아프리카돼지열병’…양돈업계 ‘초비상’
한반도 상륙 ‘아프리카돼지열병’…양돈업계 ‘초비상’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6.0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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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베트남 등 인접국 확산에 북한 확진 판정…야생멧돼지 전파 위험↑
유입 시 300만두 살처분 ‘구제역 대란’ 재현 우려…양돈산업 ‘초토화’
李총리 “ASF 빠르게 남하 가능성 높은 만큼 최고수준 방역태세 가동”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면서 야생멧돼지에 의한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사진=국무총리실 블로그 갈무리)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면서 야생멧돼지에 의한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사진=국무총리실 블로그 갈무리)

지난달 말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반도의 ASF 유입이 공식 확인됐다. 우리와 인접국이자 교역이 활발한 중국·베트남 등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급속히 확산되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에서도 확진 판정이 나면서 야생멧돼지에 따른 감염 위험성까지 높아졌다. 이에 자칫하다간 ‘구제역 대란’이 재현되는 건 아닌지 양돈업계가 비상에 걸렸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30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을 보고했다. 현재까지 확진판정은 1건으로 해당 위치는 자강도 우시군 북상협동농장이다. 사육 중인 99마리 돼지 중 77마리가 ASF로 폐사하고 22마리가 살처분 처리됐다.

북한에서의 발병은 국내로의 유입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특히 남북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야생멧돼지가 주요 감염원으로 지목되고, 돼지 사체를 먹는 독수리·매와 같은 맹금류도 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게 양돈업계의 설명이다.

양돈업계 관계자는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비무장지대에 서식하는 야생멧돼지는 비단 육로뿐만 아니라 바다·강을 통해 헤엄쳐 언제든지 우리 쪽으로 남하할 가능성이 크다”며 “돼지 사체를 먹는 맹금류도 접경지역 이남으로 날아와 ASF 바이러스를 전파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ASF 전문가이자 미국 캔자스주립대 교수인 위르겐리히(Jurgen Richt) 교수는 지난해 말 미국 공영 라디오 매체 NPR에서 “중국의 ASF 발생은 인접국가인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특히 야생맷돼지에 의한 전파 위험이 가장 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홍보 리플릿. (제공=농림축산식품부)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홍보 리플릿. (제공=농림축산식품부)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첫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에만 발병하는 제1종 가축전염병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는 이르면 4~5일 안에 고열·출혈 등의 증상이 보이고, 증상 발견 뒤 1~2일 사이에 폐사에 이른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아직까지 관련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치사율이 100%에 가깝다. 

한동안 주춤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은 2007년 조지아에서 발병한 이후 동유럽과 러시아에 이어 지난해 아시아 최초로 중국에서 발병한 후 동아시아 지역으로 확산 중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ASF의 확산으로 현재까지 중국에서는 돼지 113여만 마리, 홍콩은 4700여마리, 베트남 170여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처럼 ASF가 발병하면 현재로서는 살처분 밖에 방법이 없다. 때문에 업계는 ASF가 국내에 유입될 경우 양돈산업의 초토화를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방 백신이 없는 ASF에 감염될 경우 발생농장뿐만 아니라 인근 농장까지 돼지를 살처분해야 한다”며 “국내 유입 시 양돈산업은 300만 두 이상의 돼지를 살처분한 2010~2011년의 구제역 대란 이상으로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야생멧돼지 개체수를 더욱 줄여야 하고, 양돈농가의 울타리 시설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방역관리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강화군·파주시·철원군 등 접경지역 10개 시·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해당지역에 있는 양돈농가 353호를 대상으로 일제소독 등 긴급방역조치를 취하는 한편, 3일까지 ASF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한 혈청검사를 완료해 4일 검사결과를 공표한다.

또한 울타리 시설 설치가 안 된 농가(115호)는 이달까지 설치·보완하고, 접경지역 내 돼지를 방목해서 키우는 농장 4곳은 야생멧돼지를 통한 ASF 전파 위험성을 고려해 방목사육을 금지시켰다. 섬 지역인 옹진군을 제외한 9개 시군에 거점소독시설 10개소와 통제초소 9개소를 6일까지 설치할 방침이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총리실 간부회의에서 “ASF가 북한지역에서 빠르게 남하해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금부터는 최고 수준의 방역태세를 가동해야 한다”며 “현재 10개 시·군 특별관리지역 외에 추가로 지정할 필요는 없는지 검토하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또한 “통일부는 ASF 방역과 확산 방지를 위한 협력방안을 북한 측과 적극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