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폭언에 숙소로 러브호텔… 소년체전 아동학대 심각
욕설·폭언에 숙소로 러브호텔… 소년체전 아동학대 심각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5.2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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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현장조사…선수에 불필요한 신체접촉도 발각
"폭력 상담·신고체계 없어…필요한 지침 마련해야"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심각한 아동학대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에 뒤처지거나 패배했다는 이유로 초·중학교 선수에게 고함과 폭언을 하는가 하면 이른바 '러브호텔'을 숙소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은 지난 25일부터 이틀 동안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의 경기장 및 숙소 인권상황을 현장 조사한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조사단은 학생 선수들의 인권 침해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15개 체육관에서 실시된 12개 종목의 경기장을 관찰하고 선수들의 숙소 상황 등을 확인했다.

그 결과 감독과 코치들은 초·중학생 선수에게 경기 중간이나 종료 후 고함과 욕설, 폭언을 서슴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감독들은 경기 중 "이 새끼, 똑바로 안 뛰어", "지금 장난하냐 왜 시킨 대로 안 해" 등을 외치거나, 패배한 선수에게 "그걸 경기라고 했냐"며 목덜미를 치기도 했다.

특히 이런 행위는 일반 관중이나 학부모 등이 보는 앞에서도 공공연하게 벌어지면서, '관행적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다른 이들이 보고 있을 때도 이러한 고함과 욕설이 이어진다는 건, 이러한 행동이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며 "아동에 대한 폭언이 매우 일상화된 '코칭'이나 '독려' 행위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인권위의 '성폭력 예방 가이드라인'도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않았다.

일부 남성 심판이나 코치, 경기 위원 등은 여학생의 목이나 어깨를 껴안거나 허리를 만지는 등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

게다가 학생 선수 대부분이 경기 기간 동안 '모텔' 형태의 숙소에 머물렀고, 남자 코치가 여성 보호자 없이 여자 선수들을 인솔해 일명 '러브호텔' 형태의 숙소를 쓰는 경우도 있었다.

인권위는 "스포츠 과정에서의 신체 접촉은 훈련, 교육, 격려 행위와 혼동될 수 있는 특징이 있고, 이를 빙자한 성폭력 사례가 많다"며 "성폭력 예방을 위해 '여성 선수 동반 시 여성 보호자 동반 필수' 등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이 사용하는 시설도 열악했다.

15개 체육관 중 5곳에만 탈의시설이 있었고 이마저도 수영장을 제외하면 모두 사용이 불가능했다. 이에 선수 대부분은 숙소나 자동차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소년체전 전에 '스포츠 인권센터' 신고 상담 업무를 안내하고 홍보하겠다고 했지만 실행되지 않은 점도 발견됐다.

인권위는 "대규모 스포츠 대회를 하면서 폭력·성폭력 예방 홍보와 상담, 신고체계를 갖추지 않은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인권 보호 가이드라인' 등 필요한 지침 마련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