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에 개정된 헌법 3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규정했다. 여기서 말하는 능력은 1차적으로는 국민의 지적 능력과 육체적 능력을 뜻하지만, 부모의 물질적 능력 즉 재력을 암시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균등한 교육이란 평등한 교육 기회를 부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17년 교육통계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교육기관 설립별 학생수 비율은 유치원은 국립 0.0%, 공립 24.8%, 사립 75.2%이고 초등학교는 0.3, 98.2, 1.5이며 중학교는 0.3, 82.4, 17.2 이고 고등학교는 0.8, 56.7, 42.5이며, 대학(일반대, 교육대, 전문대)은 17.5, 0.9, 81.6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공립이 대다수이지만, 유치원과 대학은 사립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이 수치가 밝혀주는 것은 우리나라의 유치원과 대학의 교육은 균등한 교육을 국민에게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의 재산능력에 따라서 자녀들이 공립이 아닌 사립유치원과 국립이 아닌 사립대학을 다닐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이 곧 균등한 교육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립대학교의 재학생 비율이 세계에서 최고(81.6%)이기 때문에 많은 대학생들은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등록금을 감수하고라도 부정·비리가 여전한 사립대학을 다닐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래서 사립대학 재학생의 비율을 줄여서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높이는 쪽으로 대학의 개혁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고,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100대 국정과제인 ‘공영형 사립대학’ 프로젝트로 나타난 것이다. 공영형 사립대학은 정부가 발전가능성이 높은 사립대학이 투명운영을 할 조건을 갖춘다면 재정과 행정지원을 하겠다는 사업이다. 그런데 지난해에 기재부는 공영형 사립대학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기 위해서 교육부가 제출한 812억원의 예산을 전액 삭감해서 이 사업을 완전히 무력화했고, 이 사업의 불씨가 되는 10억원의 올해 예산도 ‘수시배정’으로 만들어서 이 사업의 기초를 다지는 일도 거의 완전히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조치는 고등교육은 이제 ‘사양산업’이라는 기재부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기재부의 독단과 막강한 권한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그런데 공영형 사립대학 사업은 사립대학 교육의 공공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지역균형 발전에도 이바지 할 것이다. 또 공영형 사립대학은 더 나아가서 대학 운영의 공공성과 민주성을 확보해 사학의 비리도 척결하는데 이바지할 것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립대의 71%가 법인 마음대로 총장을 임명하고 있으며, 이사회 회의록 공개도 부실하게 해서 대학의 운영과 지배구조는 어둠 속에 가려져 있다. 해묵은 이야기지만, 바뀌지 않는 사실이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지식기반 사회를 성공적으로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에, 그 준비작업의 하나로 공영형 사립대학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따라서 균등한 고등교육을 더욱 확산시키는 일은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국가 사업이 돼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