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공전이 계속되고 있다. 5월 임시국회는 단 한 차례의 본회의도 열지 못한 채 빈손으로 끝났고, 6월 임시국회 역시도 불투명하다. 여야 기 싸움으로 정상화 해법이 좀처럼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식물국회’ 오명을 받고 있는 국회가 자신의 생일잔치에도 분열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장외 집회를 마무리한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27일 국회 개원 71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식에도 불참했다.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은 제71주년 국회개원 기념사 통해 20대 국회 사명감 강조하면서 “내일이라도 당장 국회 개회를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한국당으로부터 정당성과 권위를 잃으면서 대립을 중재해야 할 국회의장으로써 존재감이 쪼그라든 모양새다.
여야 간 절충점을 찾아야 하지만 공방만 이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민생투쟁 대장정 마무리 기자회견을 갖고 “좌파경제폭정에 맞서 정책 투쟁 벌이겠다”며 대여 투쟁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 6월 국회 정상화를 기대하기엔 멀게만 느껴지게 만들고 있다.
선거법과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대립으로 파행이 장기화하면서 추가경정예산안과 민생법안 등이 줄줄이 발이 묶여 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외교문서 유출과 관련 한국당 강효상 의원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치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국회 정상화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요인이기도하다.
여야가 서로 합의안을 찾아 제시해야 하지만 직진만 있고 후퇴는 없는 행태를 보이며 합의점을 찾으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힘겨루기는 늘상 벌어지는 것으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서로 한 발짝씩 물러나면서 타협점을 찾아가는 것, 즉 상호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의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협상이다. 하지만 작금의 모습은 어떤가, 극단적인 상황으로만 치달으면서 여의도가 전략 부재라는 얘기를 듣는 이유다.
여야가 국회 정상화에 손을 놓고 있는 가운데 민생은 내팽개쳐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국민의 절망을 희망으로 만들겠습니다’라고 명명한 민생 대장정에서 절절한 민심의 목소리를 청취했다면 투쟁보다는 화합과 소통의 자세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정부와 여당도 비판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 야당의 의견을 적극 듣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 포용의 정치가 아쉽다.
이제 공방은 끝내고 여야가 만나 협의하려는 협상의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경제, 외교, 안보 등 대내외적 상황들이 녹록지 않다. 지금은 산적한 현안부터 처리하는 게 순서다. 여야가 6월 국회를 조속히 열어 민생 챙기기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