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세평] 회계제도개혁, 성공적인 안착을 기원한다
[신아세평] 회계제도개혁, 성공적인 안착을 기원한다
  • 신아일보
  • 승인 2019.05.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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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성 법무법인 현산 변호사
 

2017년 5월 스위스 국제개발경영연구원(IMD)에서 발표한 회계감사의 적정성 평가에 따르면 평가에 참여한 63개국 중 우리나라는 최하위를 기록해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대우건설 등 대기업의 분식회계 문제로 회계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국제사회에서 신뢰받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이에 국회는 회계의 투명성을 높여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2017년 9월 28일 기업의 외부감사대상 확대 및 내부통제 활성화로 회사의 책임의식을 제고하고, 표준감사시간, 주기적지정감사제 도입으로 감사인의 독립성을 확보하며, 감사인과 기업의 책임 강화를 골자로 하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신외부감사법) 전부개정안을 매우 이례적으로 여야 합의로 통과시켜 2018년 11월부터 시행되게 됐다.

재계와 회계업계는 신외부감사법 개정의 여러 내용 중 특히 주기적감사인지정제도 도입으로 그간의 파행적 회계관행이 바뀔 수 있을 것인지에 큰 관심을 가졌다.

주기적감사인지정제도란 상장회사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대형 비상장 주식회사가 6년 연속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면 다음 3년간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을 선임하게 하는 제도를 말하는데, 그동안 기업이 회계법인을 장기간 자율적으로 선임하면서 나타난 ‘갑을(甲乙) 관계’에 의한 부실 감사를 제어하고, 감사인이 바뀌면 새로운 감사인이 과거 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해 회계법인간 감시를 하게 해 회계의 투명성을 담보하고자 도입된 것이다.

그런데 신외부감사법이 시행된 2019년 주주총회 시즌에 아시아나항공의 감사의견이 ‘한정’을 받아 오너인 박삼구 회장이 물러났을 뿐 아니라 회사가 매물로 나오게 되었고, 2018년 회계연도 기준 감사보고서에서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상장사가 36개에 이르는 등 ‘회계대란’이 벌어지게 되자, 시장에서는 그 원인으로 주기적감사인지정제가 2020년 본격적으로 실시됨에 따라 기존 회사의 회계법인들이 바뀌는 회계법인의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 보수적인 감사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파악하면서 내년 주주총회 시즌에는 올해 보다 많은 상장사가 비적정 감사의견을 무더기로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에 많은 기업들은 회계감사비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할 수 있고, 외국에서는 지정감사제도가 거의 채택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감사인을 강제로 지정하는 것 자체가 회계의 문제가 있는 기업으로 비춰질 수 있어 주가의 급락 우려가 있으며, 비상장회사의 경우 비적정 감사의견이 회계법인의 횡포에 의해 작성됐을 때 구제수단이 없어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회계투명성이 높아지면 한국 증시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주가를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하는 것을 의미)가 감소해 장기적으로는 기업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무엇보다도 투자자들이 회계감사의견을 통해 적정한 투자를 할 수 있어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해소돼 시장의 투명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기업들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은 정상화로 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회계 관련 내부관리 제도를 마련하고, 회계법입인은 독립적인 자세에서 엄격한 회계품질관리를 해야 할 것이고 금융위원회 역시 회계법인의 연중회계감사시스템 구축을 제도적으로 돕는 등 수십 년간 이어오던 회계감사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데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신외부감사법은 공인회계사법 및 자본시장법등 이른바 ‘회계개혁·선진화 3법’을 통해 회계부정을 근절하고 회계투명성을 제고해 자본시장을 정상화하려는 입법자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2019년 감사시즌에 입법의 의지대로 회계개혁의 가능성이 보였다고 생각된다.

이제 회계개혁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도록 신외부감사법을 세심하게 점검해 국제사회에서 낮아진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기재(奇財)로 삼아야 할 것이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