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택 울산지검장 "수사권조정안, 세월호 해경 해체와 유사"
송인택 울산지검장 "수사권조정안, 세월호 해경 해체와 유사"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5.2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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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전원에 건의문 발송…"멀쩡한 곳 수술 말아야"
송인택 울산지검장. (사진=연합뉴스)
송인택 울산지검장. (사진=연합뉴스)

송인택 울산지검장이 전체 국회의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것을 맹비난했다.

27일 검찰 등에 따르면 송 지검장은 전날 오후 8시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국민의 대표에게 드리는 검찰개혁 건의문'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이날 문서파일로 첨부된 건의문은 A4 14장 분량의 장문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비판과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정리한 내용이 담겼다.

송 지검장은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상정된 검찰개혁 방안은 멀쩡한 곳을 수술하려는 것으로 많은 검사가 이해하고 있다"면서 "중립성과 공정성 시비 등에서 시작된 개혁논의가 방향성을 잃고 수사권 조정이라는 밥그릇 싸움인 양 흘러가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 개혁 요구는 권력 눈치 보기 수사,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은 수사, 제 식구 감싸기 수사 의혹과 불신에서 비롯됐다"며 "그렇다면 이런 시비가 어디에서 생겼는지 반성과 논의를 거치고,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수사구조와 검찰 개혁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법안들은 애초의 개혁 논의를 촉발시킨 공안과 특수분야 검찰 수사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는 덮어버리고, 멀쩡하게 기능하는 검사제도 자체에 칼을 대는 전혀 엉뚱한 처방"이라고 비난했다.

송 지검장은 "검사 수사종결제도 때문에 공정성과 중립성이 지켜지지 않고 있냐“면서 "정치권력 마음에 들지 않는 수사를 하면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채 검사제도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개혁이 추진되는 것을 지켜보자니 또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한 명의 억울한 사람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대원칙에 부합해야 할 수사구조 개혁이 엉뚱한 선거제도와 연계시킨 정치적인 거래 대상으로 전락해, 무엇을 빼앗아 누구에게 줄 것인지로 흘러가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그는 "경찰이 제약 없이 수사를 개시하고, 계좌 등을 마음껏 뒤지고, 뭔가 찾을 때까지 몇 년이라도 계속 수사하고, 증거 없이도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거나 언제든 덮어버려도 책임지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고 지적했다.

송 지검장은 "경찰이든 검사든 수사는 까다로운 절차와 엄격한 통제 속에서 진행돼야 한다"면서 "지금 논의 중인 법안들은 경찰에겐 마음껏 수사할 수 있다가 언제든지 덮을 수 있어서 좋고, 변호사들에겐 새로운 시장이 개척돼 돈 벌 기회가 늘어 좋다고 반기는 내용 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수사권을 어떻게 떼어줄 것인가로 개혁논의가 옮겨간 것은 개혁 대상과 방향을 잃어버린 것"이라며 "표만 의식해서 경찰 주장에 편승한 검찰 해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송 지검장은 "이는 세월호 참사 때 재발 방지를 위한 개혁이라며 해경을 해체한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고도 꼬집었다.

송 지검장은 현재 검찰 권력이 검찰총장, 대검, 법무부 장관, 청와대에 집중되는 구조를 정면 비판하는 의견도 냈다.

송 지검장은 "민정수석은 권력 핵심이고, 법무부 장관은 정권에 의해 발탁되고 정권에 충성해야만 자리를 보전하는 자리다"면서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 진행 과정과 처리 사항을 왜 일일이 사전보고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주요 사건 수사 개시·진행·종결은 주임검사 단독으로 진행되지 않고 대검 사전지휘를 받는다"면서 "대검은 법무부에 보고하고, 법무부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한다. 정치권력은 내 편에 불리한 수사나 재판을 하면 인사 불이익 주는 것을 당연시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총장 후보들이 거론될 시점이 되면 누구누구는 충성맹세를 했다는 소문이 돌곤 한다"면서 "총장 임면이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라면 총장은 임명권자 이해와 충돌되는 사건을 지휘할 때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지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끝으로 송 지검장은 검찰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9개를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방안은 △검찰총장 임면절차 개선 △검찰총장 지휘권 제한 △수사 보고 시스템 개선 △상설특검 회부 제도화 △검사 문책 제도화 △검사 파견 제도 개선 △공안·특수 출신 검사장 제한 △정치적 사건 경찰 수사 주도 △대통령 검사 인사권 폐지 등이다.

sunha@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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