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건전한 연구와 학술지를 위해
[기고 칼럼] 건전한 연구와 학술지를 위해
  • 신아일보
  • 승인 2019.05.2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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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요즘 대학가는 부실학술대회와 학술지에 대해서 많은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정부 당국에서도 부실 학술 활동 예방 가이드를 배포하고 부실 학술 활동에 대한 예방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그 문제인식과는 별개로 같은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정량적인 관점에서만 연구를 평가하기 때문일 것이다.

연구자들을 평가하는 평가자들의 주된 관심은 아마도 피평가자가 논문을 몇 편 냈는지, 연구자가 출판한 학술지가 등재여부인지, 주저자여부 등이다. 이런 것들을 모두 다 점수화하여 평가한다. 왜 점수화를 해야 할까? 

이는 관리의 편의성 때문이다. 정성적인 평가는 시간도 많이 들고 전문성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량 평가는 보통 연구 담당직원이, 정성평가는 동료 연구자들의 몫이다. 

정성평가는 고도의 훈련과 경험이 필요한 영역이다. 단순히 경력이 오래되었다고 해서 올바르게 평가할 수 없다. 끊임없이 평가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또 토론해야한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선배 연구자들 또는 주변 연구자들에게 무책임하게 평가를 맡긴다. 따라서 ‘좋은 게 좋은’ 평가나, ‘찍힌자’를 ‘찍어내는’ 평가가 많이 진행된다. 따라서 정성평가에 대한 불신이 다시 정량평가에 집중하게 되는 악순환으로 귀결된다. 

부실학술대회와 학술지도 이런 문제에서 기인한다. 학술지를 통한 연구 평가는 1년 단위로 받는다. 보통 정부당국에서 인정하는 소위 건전한 국내 학술지를 제대로 된 과정으로 출판하려면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년이 소요된다.

해외 학술지는 국내 학술지에 비해 시간이 족히 2배는 걸린다. 연구를 준비하는 사람과 연구를 평가하는 사람간의 시간차가 존재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심사절차가 없거나 간소한 부실 학술대회를 찾게 된다. 

다른 측면에서, 부실학술지와 학술대회가 양산되는 것은 일부 학술대회나 학술지에 배타적인 문화가 있는 것에도 기인한다. 새로운 형태의 융합학문이 만들어지거나,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여 새로운 결과를 만들고 제시할 때 적합한 영역의 학술지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기존 학회에서는 자신들의 학문이 아니라고 인식하면 아예 평가 자체를 배격하는 경우가 다소 존재한다.
이럴 때 신규학회들이 활동해야하는데, 개인으로써 학회를 만들고 이끌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청운의 꿈으로 열심히 하다가도 부실해지기 마련이다.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에서는 등재학술지만 인정하기 때문에 신규 학술지가 등재되기 전까지 대가 없이 연구자들의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야 하는데, 평가자들은 이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와 같은 시스템이 부실학회를 양산하게 되는 것이다. 

부실학술활동을 막으려면 이러한 평가제도와 학문적 문화를 바꿔야 한다. 먼저, 등재지 중심의 정량적 평가를 바꿔야 한다. 또한 공동저자에 대한 인정도 넉넉히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노트의 작성이 필수적이고, 아무런 기여가 없는 저자표기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 각 저자들의 연구에 대한역할에 대해서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학위 과정에서부터 충실히 교육해야한다. 

더불어 연구자들의 연구역량을 다각도로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을 개발해야하며, 평가 방법을 고도화 할 수 있도록 평가자들을 훈련시켜야 하고, 평가자들에게 일종의 자격유지 보수 교육(CPE: Continuous Professional Education)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정량 및 정성평가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마지막으로 강사법 시행 등으로 비전임 또는 비정규직 연구자들의 연구 역량이 저하된 것이 사실이다. 이들이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분야를 막론하고 좋은 연구 성과를 나타낸 연구자에게는 직업적·학문적 안정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학교와 정부당국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