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학 사건' 경찰 초동대응 부실…法 "국가 배상 책임있다"
'이영학 사건' 경찰 초동대응 부실…法 "국가 배상 책임있다"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5.2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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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유가족에 1억8천여만원 배상 판결…"일정 부분 책임"
이영학. (사진=연합뉴스)
이영학.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당시 경찰의 초동 대응이 부실했다는 사실을 인정, 국가가 피해 여중생의 가족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단을 내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7부(오권철 부장판사)는 피해 여중생 A양의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1억8000여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영학은 2017년 9월 자신의 딸 친구인 A양을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가 든 음료를 먹여 재운 뒤 추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강원도 야산에 유기했다.

당시 A양의 어머니는 딸이 집에 들어오지 않자 112에 실종 신고를 접수했고, 중랑경찰서 112상황실은 망우지구대와 당직 근무 중이던 중랑서 여성·청소년 수사팀에 출동 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망우지구대 경찰들은 A양의 최종 목격자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지구대에서 A양 어머니가 이영학의 딸과 통화할 때에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또 여성·청소년 수사팀은 출동 지령을 받고 "출동하겠다"고 보고한 뒤 사무실에서 후순위 업무들을 처리하다 3시간 뒤에 망우지대에게 가서 수색상황만 확인했다.

경찰의 이 같은 초동 대응 부실은 경찰 자체 감찰로도 확인된 바 있다. 관련자들은 줄줄이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초반에 이영학의 딸을 조사했다면 A양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경찰관들의 직무 집행상 과실이 A양의 사망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경찰관들에게 법률상 주어진 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해도 범행에 가담했다거나 범죄를 용이하게 한 경우는 아니다"라며 "국가에 100% 책임을 묻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국가의 책임 비율은 전체 손해의 30%로 제한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영학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았다. 이영학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함께 기소된 딸은 장기 6년·단기 4년형을 복역 중이다.

sunha@shinailbo.co.kr